‘비타민C의 효능과 현대인의 건강’ 학술좌담회

‘비타민C의 효능과 현대인의 건강’을 주제로 한 학술좌담회가 지난 2월 23일 오후 6시 르네상스 서울호텔 오팔룸에서 대한의사협회 산하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주최ㆍ의계신문 주관ㆍ광동제약(주) 후원으로 열렸다.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윤방부 교수(연세의대)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포유동물 가운데 사람만이 유일하게 비타민C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하루 1-2g의 섭취를 통해 각종 질병의 치료 및 예방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한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은 “소비자들이 정제나 과립보다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뜻에서 비타민C 드링크제 ‘비타500’을 개발하게 됐다”면서 “지난 5년 사이에 비타500이 10억 병을 넘어섬으로써 국민음료로 떠올랐다. 이는 비타민C가 인체에 그만큼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윤방부 교수와 최수부 회장 외에도 최규완 교수(건국대병원), 이왕재 교수(서울의대) 조애리 교수(덕성약대) 배철영 이사장(대한노화방지연합회) 염창환 교수(관동의대) 고종관 기자(중앙일보) 이기수 기자(국민일보) 박용진 발행인(의계신문) 등이 함께 했다.

[좌장]윤방부 교수(연세의대) = 지금부터 ‘비타민C의 효능과 현대인의 건강’ 주제로 학술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은 단연 비타민C입니다. 그에 맞춰서 우리는 비타민의 정의와 비타민C의 역할, 기능, 약물 상호작용, 질병 예방 및 치료, 소비자에 대한 조언 등 다양한 문제들을 검토해보고자 합니다. 그럼 먼저 지난 20년간 비타민 연구에 헌신해 오신 서울의대 해부학교실의 이왕재 교수께서 비타민의 정의나 역사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것으로 이 자리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왕재 교수(서울의대) = 정의상 ‘비타민’은 동물이든 사람이든 스스로 체내에서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먹는 음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물질입니다. 아주 적은 양으로 생명을 유지하거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비타민이 ‘생명에 없어서는 안 되는(vital)’ 물질로서 대개 그 구성성분에 ‘아민(amine)’ 계통, 즉 질소화합물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비탈 아민(vital amine)’, 그 말을 줄여서 비타민(vitamine)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비타민이 많이 발견되다보니까 반드시 아민이 들어가 있지 않은 물질도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양학자들이 비타민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vitamine’이라는 단어에서 ‘e’자를 빼고 오늘날의 이름인 ‘vitamin’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초점이 되는 비타민C에서도 아민 구조가 없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정의를 적용한다면 비타민C는 비타민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물질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비타민에는 수용성과 지용성이 있습니다. 지용성 비타민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고, 수용성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용성 비타민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비타민B와 C가 있습니다. 비타민B와 C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비타민B는 B대로 굉장히 중요한 물질입니다. 그러나 비타민B가 부족해서 죽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의과대학 시절 배운 것처럼 비타민B가 부족하면 각기병(beriberi)이 생길 수 있는데, 그 병으로 죽지는 않습니다. 각기병으로 죽기 전에 굶어죽기 때문입니다. 배가 고파서 최소한 먹을 음식이 있으면 비타민B가 부족한 병이 걸릴지언정 죽음으로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비타민입니다.

비타민B의 경우처럼 부족해서 죽기 전에 굶어죽는 그런 물질이 바로 비타민의 정의에 맞습니다. 그러나 비타민C는 그렇지 않습니다. 배가 고파서 뭔가를 잔뜩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타민C가 부족하게 되면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예는 영국 해군의 역사 속에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18세기 점령지를 향해 배를 타고 가는 영국 해군들에게 먹을 양식을 충분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원들이 비실비실 앓다가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합니다. 6-7개월 만에 점령지에 도착하면 평균 50%의 젊은 병사가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심했다고 합니다. 18세기 유럽의 역사는 바다의 역사인데, 그 속에 비타민C 발견의 역사가 아주 잘 기록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비타민C는 사람들이 배가 고파서 뭔가를 배불리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발견된 물질입니다. 그래서 비타민B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겁니다. 왜 다른가를 봤더니 비타민C는 사람에게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사람에게만 문제가 되는가를 봤더니 다른 포유류 동물들은 비타민C를 자기 스스로 만들고 있더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동물에게는 비타민C가 비타민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명을 위해 스스로 만드는 물질을 비타민이라고 정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물에서는 오히려 호르몬에 가깝지만, 호르몬의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정의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무튼 사람도 원래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비타민C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우리 몸에 비타민C가 부족하면 어떤 현상들이 일어납니까?

▲이왕재 교수 = 모든 포유동물들은 비타민C를 간세포(hepatocytes)에서 만듭니다. 물론 모든 동물이라는 말에는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와 기니피그라고 부르는 실험동물은 제외됩니다. 기니피그는 돼지처럼 크게 생겼지만, 사실은 쥐입니다. 이 두 종류를 빼고는 모든 포유류들이 비타민C를 스스로 간세포에서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 쓰이는 원료가 포도당(D-glucose)입니다. 포도당이 간세포에서 몇 단계를 거쳐서 L-gulono-γ-lactone이라는 물질이 되고, 그 물질이 산화효소(L-gulono-γ-lactone oxidase, Gulo)에 의해 최종적으로 L-ascorbic acid로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은 L-gulono-γ-lactone이 L-ascorbic acid로 바뀌는 과정에 관여하는 산화효소를 만들어주는 유전자 하나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기능을 못합니다. 그래서 L-gulono-γ-lactone까지만 만들어지고 L-ascorbic acid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에서는 비타민C가 유전적 결함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사실이 학문적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간세포에서 이 산화효소를 만들어주는 유전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20년 이상 가족과 친구들을 실험 대상으로 해서 연구한 결과들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연구를 실험실로 가지고 들어가기 위해서 저는 사람처럼 비타민C를 스스로 생성하지 못하는 쥐(mouse)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Gulo를 만들지 못하는 쥐, 즉 Gulo knockout mouse는 이렇게 해서 탄생됐습니다. 여기서 ‘knockout’이라는 말은 어떤 유전자를 기능하지 못하도록 없애버렸다는 뜻입니다. 쥐에게는 비타민C를 따로 줄 필요가 없습니다. 사료만 주면 잘 삽니다. 사료를 원료로 비타민C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Gulo knockout mouse는 전 세계적으로 서울의대와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립대(UC Davis) 두 군데밖에 없는데, 사람과 똑같이 비타민C를 스스로 만들지 못합니다.

이 쥐는 매일 1리터당 330mg이라는 많은 양의 비타민C를 음용수에 타주지 않으면 죽습니다. 음용수에 비타민C를 섞어주지 않고 다른 보통 쥐와 똑같이 사료를 먹이면 2주 이내에 비타민C의 수치가 10-15% 줄어듭니다. 5주가 지나면 빈혈이 심해지면서 체중이 확 줄어들고 급기야 5주 반 사이에 모두 죽습니다.

우리는 죽어가는 쥐에서 비타민C와 동맥경화의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했는데, 나쁜 콜레스테롤(LDL cholesterol)이 급격히 증가하고 좋은 콜레스테롤(HDL cholesterol)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동맥경화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더욱이 대동맥에서 중간층의 탄성판(elastic laminae)이 망가지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에서 흔히 관찰되는 평활근세포 이상 증식까지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태가 유지되면 즉시 동맥경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비타민C를 만들지 못하는 쥐가 보여주는 이 같은 행태는 비타민C가 동맥경화를 예방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생리적으로 비타민C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잠깐 말씀해주시죠.

▲이왕재 교수 = 비타민C가 항산화제(anti-oxidant)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비타민C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수많은 종류의 효소 중에서도 인체가 생명을 지키는데 요긴하게 사용하는 8개 효소(enzymes)의 보조인자(cofactor) 노릇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8종의 효소는 비타민C가 보조인자로서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효소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비타민C는 가장 강력한 항산화제(most potent anti-oxidant)가 아닙니다. 사실 비타민C의 항산화 능력은 아주 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타민C를 인체에서 가장 이상적인 항산화제(ideal anti-oxidant)라고 부릅니다. 왜 가장 강력하다고 하지 않고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비타민C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항산화제로서 작용할 수 있는 비타민C의 구조는 세 가지 형태를 갖고 있는데, 비타민C는 묘하게도 두 단계를 거쳐서 항산화 기능을 합니다. 좀 어려운 얘기지만, 항산화 기능이라는 것은 수소이온을 하나씩 줄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비타민C의 원래 모습인 ascorbate가 수소이온을 하나 주고 항산화 기능을 하면서 ascorbyl radical이 되고, 다시 ascorbyl radical이 수소이온을 하나 주고 항산화 기능을 하면서 dehydroascorbic acid(DHA)가 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항산화제는 비타민C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타민A도 있고, 비타민E도 있고, 베타-카로틴도 있으며, 비타민이 아닌 항산화제도 수없이 많습니다. 흔히 이를 ‘항산화물질 네트워크(anti-oxidant network)’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런 네트워크 중에서 비타민C만이 유일하게 두 단계를 거쳐서 항산화 기능을 발휘합니다.

항산화 기능이 이루어지는 화학적 반응에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면 항산화 과정이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그에 비해 비타민C는 수소이온을 하나 주는데 아주 쉽습니다. 전문적으로는 ‘one electron reduction potential’이라고 말하는데, 그 전위(potential)가 아주 낮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아주 쉽게 바뀔 수 있다는 얘기죠. 두 단계에 거쳐 쉽게 바뀐다는 것은 반응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비타민C는 수용성입니다. 지용성 비타민은 어떤 것이 데리고 가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지만, 수용성 비타민은 스스로 혈류를 따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왜 이렇게 비타민C는 빠른 속도로 아주 약한 항산화 기능을 하는 걸까? 생화학적으로 항산화제는 항산화 기능을 거치고 나면 유해산소(radical)가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Radical"에는 그 말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독성이 강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사람에게 독성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모든 항산화제가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비타민C만이 유일하게 ascorbate가 ascorbyl radical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뀐 물질의 독성이 가장 적습니다. 이는 비타민C가 인체의 항산화 네트워크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암시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α-tocopherol로 알려져 있는 비타민E는 항산화 기능이 비타민C보다 훨씬 강합니다. α-tocopherol은 항산화 기능을 하고 나면 α-tocopheroxyl radical로 바뀌게 됩니다. 물론 어떤 항산화제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유해산소(radical)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원래의 모습으로 재생(regeneration)됩니다. 그런데 그런 재생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물질의 매개를 통해서 일어납니다. 그래야만 유해산소가 인체에서 독성을 나타내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비타민E가 주는 효능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비타민C는 α-tocopheroxyl radical 속에 들어가 전자(electron)를 하나 주고받으면서 α-tocopherol로 바뀌는 재생을 주도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타민C가 모든 항산화제에 들어가서 간섭을 하려면 먼저 수용성이어야 하고, 전자를 주고받는 전위(potential)가 낮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인체 구석구석까지 신속하게 찾아가서 유해산소의 반응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비타민E나 비타민A만 가지고 연구했을 때 효과가 ‘있다’ ‘없다’거나 혹은 오히려 암이나 동맥경화가 악화됐다는 논문들을 꽤 보셨을 겁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런 항산화제의 중요한 성격을 모르고 비타민E이나 비타민A만 가지고 실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모든 동물이 비타민C를 스스로 만들어낼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동물들은 자기가 필요한 양을 스스로 충분히 포화(saturation)시킨 상태에서 음식물을 통해 들어온 비타민A나 비타민E의 항산화 작용을 완성시키고 있는 겁니다. 이런 걸 보면 어떻게 해야 항산화제에 의한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지 답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서 동물들처럼 비타민C를 충분히 포화시켜준 상태에서 비타민A든 비타만E든 베타-카로틴이든 먹어야 확실한 효과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비타민C는 생명 유지에 요긴한 8종의 효소에 대한 보조인자(cofactor)의 역할을 한다고 하셨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이왕재 교수 = 많은 의사 선생님들도 비타민C가 콜라겐 합성과 관련된 세 가지 효소(proline hydroxylase, lysine hydroxylase, procollagen-proline 2-oxoglutarate 3-dioxygenase)의 보조인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밖에는 잘 모릅니다. 대부분이 그 이상을 배운 바도 없고, 공부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사실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때로는 비타민C가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치료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생화학적으로 L-carnitine의 합성에는 두 개의 효소(dioxygenases)가 작용하는데, 비타민C가 그 두 효소의 중요한 보조인자입니다. 지질인 L-carnitine은 미토콘드리아 속에서 연소하여 힘을 내주는 물질이기 때문에 그 물질이 부족하면 만성 피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타민C를 먹었더니 만성적인 피로가 싹 가셨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평소 L-carnitine의 합성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비타민C를 주면 금방 호전됩니다. ‘안개가 걷혔다’고 말할 정도로 극적인 변화를 체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비타민C가 dopamine-β-monooxygenase의 보조인자라는 겁니다. 생화학적으로 도파민은 dopamine hydrxoxylation을 거쳐서 아드레날린으로 바뀌는데, 그 과정에서 이 효소가 작용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비타민C가 인체에서 완전 고갈되면 아드레날린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아드레날린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심장박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혈압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죽게 됩니다. 아울러 비타민C는 콜레스테롤을 담즙산으로 만들거나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스테로이드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효소인 7α-monooxygenase의 보조인자이기도 합니다. 결국 비타민C가 없으면 아드레날린도, 스테로이드도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 두 과정은 모두 부신에서 일어나는데, 부신수질에서는 아드레날린 합성이, 부신피질에서는 스테로이드 분비가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부신은 기능적으로 스트레스를 이기게 해주는 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일 장기로서 비타민C가 가장 많이 쌓여 있는 부위가 바로 부신입니다. 에스키모인은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못 먹는데도 불구하고 괴혈병이 아주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생활상을 조사해 봤더니 조상 대대로 ‘죽지 않기 위해서는 사냥을 하자마자 사냥감의 배를 갈라서 콩팥을 떼어 먹어라’라는 지혜가 숨어 있더라는 겁니다. 부신은 바로 콩팥 위에 붙어 있습니다. 콩팥 속에는 비타민C가 별로 없지만, 부신에는 비타민C가 농축돼 있습니다. 그래서 에스키모인은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못 먹어도 괴혈병이 없다고 합니다.

1999년에는 임상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저널의 하나인 The Lancet에 비타민C와 산화질소합성효소(endothelial nitric oxide synthetase)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이 논문은 ‘비타민C로 고혈압을 치료한다(Treatment of hypertension with ascorbic acid)’는 제목으로 보고됐는데, 비타민C가 산화질소합성효소를 조절함으로써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무작위, 위약대조, 이중맹검(randomized, placebo-controlled, double-blind)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입니다.

1749년 제임스 리드라는 영국 해군 군의관이 처음으로 괴혈병에 관해서 의학적으로 보고를 했지만, 그로부터 250여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괴혈병의 사망 원인(cause of death)을 우리는 몰랐습니다. 비타민C를 몇 개월 안 먹으면 왜 죽는 것일까? 그러다가 2003년 10월 마침내 그 이유가 부신기능부전(adrenal insufficiency)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The FASEB Journal에 보고됐습니다. 즉 아드레날린을 만들거나 스테로이드를 만드는 부신의 기능이 멈춰지기 때문에 사망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외국의 유명한 모델 자매가 다이어트를 하다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으셨을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다이어트를 하면 영양실조나 병에 걸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왜 죽기까지 하는 것일까? 그것은 분명히 비타민C가 부족해서 죽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드레날린이 부족하면 심장박동과 혈압을 유지하지 못해서 죽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요즘 주목을 끌고 있는 돌연사(sudden death syndrome)도 그런 원인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과거 18세기 영국 해군 선원들이 칼로리 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서서히 비타민C가 고갈되고 결국 죽게 된 것과 똑같은 현상이 오늘날 현대인에게도 재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지금까지 이왕재 교수께서 미타민에 관한 많은 유익한 정보를 주셨습니다. 정말 많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으로는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의 조애리 교수께서 약리학자의 입장에서 비타민C에 대해서 검토를 해주시죠.

▲조애리 교수 = 저의 전공은 약제학입니다. 그런데 제가 미국의 러컬스 대학에서 공부할 때 박사학위 테마가 비타민이었습니다. 어떤 일본 회사가 개발한 비타민 B 및 E의 프로드러그(prodrug)가 체내에 들어가서 비타민C와 E를 어떻게 생성해 내고 피부를 통해서 어떻게 흡수되는가를 연구했는데, 그 인연으로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비타민C는 대부분의 포유류 동물에서 포도당으로부터 체내 생성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람에서는 포도당으로부터 체내 생성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비타민C를 공급해주어야 합니다. 비타민C는 흔히 콜라겐 합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수용성 비타민으로서 체내 조직의 성장이나 재생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입니다.

비타민C는 항산화제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매일 음식물을 먹고 그 음식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유해산소(free radical)가 생겨나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유해산소가 체내에 축적되어 노화가 진행되고 암이나 심장질환, 관절염 같은 여러 가지 질병의 발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비타민C는 항산화제로서 이러한 산화반응을 억제할 수 있을 뿐더러 흡연 등의 각종 오염물질로 인한 손상의 정도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비타민C가 결핍되면 콜라겐 합성이 저해되고, 극단적으로 괴혈병이 발생하여 잇몸부종이나 출혈, 모세혈관 약화, 만성피로, 코피, 가쁜 숨, 소화장애, 피부건조, 모발의 갈라짐 등의 증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에 반해 비타민C를 장기간 과잉 섭취하게 되면 설사나 복통, 위산과다, 신장결석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식품영양학회가 정한 기준에는 비타민C를 1일 2g 이상을 섭취하면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좀 차이가 있지만, 대개 비타민C의 1일섭취권장량은 60mg에서 100mg까지입니다. 하지만 1일 1g 이상을 섭취하더라도 심각한 독성작용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 몸에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어떤 물질을 해독시키는 기능을 가진 장기들이 있는데, 간과 신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외부로부터 지용성의 어떤 물질이 들어오면 그것을 해독시키는 기능을 하는 곳이 간입니다. 간에서는 그런 물질을 수용성으로 만든 다음 소변으로 내보냅니다. 그에 비해 비타민C와 같이 수용성 약물은 주로 신장에서 그 기능을 담당하여 외부로 내보냅니다. 그럴 경우 과다한 용량을 장기간 투여하게 되면 신장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예 중의 하나가 비타민C의 대사산물인 옥살산(oxalic acid)이 신장결석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체로 소장막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수용성 물질들이 흡수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비타민C는 수용성임에도 불구하고 소장막에 대한 흡수율이 아주 높습니다. 이 흡수율은 용량 의존적입니다. 지용성 물질들은 수동수송(passive transport)이라고 해서 농도가 높은 것으로부터 낮은 것으로 흡수가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생체 에너지가 필요 없지만, 비타민C는 능동수송(active transport)을 하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자신의 정상적인 생리적 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써서 비타민C를 흡수하는 것입니다. 비타민C는 포화 상태가 되면 배출됩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몸에 필요한 이상의 양이 들어오면 비타민C를 더 이상 흡수를 하지 않고 그냥 소변으로 배설해버립니다. 그래서 생체흡수율은 경구 투여량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실제로 하루에 비타민C 1g를 복용하면 생체흡수율이 75% 정도 되는데 비해 5g를 복용하면 20%밖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비타민C의 혈장(plasma) 농도는 섭취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비타민C의 혈중농도가 0.5 mg/dL 정도는 돼야 합니다. 비타민C의 혈중농도가 0.15mg/dL 이하가 되면 괴혈병과 같은 극심한 부족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제가 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보면, 비타민C는 수분이 포함돼 있지 않은 건조한 정제로 만들면 상태가 아주 안정(stable)합니다. 그런데 수용액 중에서는 항산화제를 첨가해주거나 글리세롤과 같이 수산화기를 제공해주는 물질을 추가해주지 않으면 불안정합니다. 이처럼 액상 제제에 1,000mg을 집어넣었다고 하더라도 안정성 개선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비자가 마시는 단계에서는 100mg도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광동제약은 비타500의 마케팅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걸 보니까 제제 안정화에 상당히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액상 비타민C 제제의 생성공정 과정에서 질소를 충전시키는 등의 방법을 써서 안전성을 개선시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국내의 어떤 제약회사에서는 질소 충전에 아주 많은 시설 투자가 요구되어 그냥 주사기로 질소를 충전시킨다고 했는데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비타민C 액상제제의 제조에서 확실히 해둬야 할 것은 제품에 1000mg이라고 표시돼 있으면 유통기간 안에서는 언제라도 소비자가 마실 때 같은 양의 비타민C가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좌장] 윤방부 교수 = 제가 조애리 교수께 오늘 좌담회의 세부 주제 중 하나로 ‘비타민과 다른 약물의 상호작용’에 관해서도 준비해 달라서 미리 부탁을 드린 바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죠.

▲조애리 교수 = 약물상호작용(drug interaction)은 수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혈전용해제 와르파린(warfarin)은 수면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수면제가 와르파린의 대사 속도를 급격히 증가시켜서 혈중농도를 떨어뜨립니다. 따라서 수면제와 함께 복용할 때는 와르파린 농도를 증가시켜야 하는데, 환자가 퇴원하면서 수면제를 더 이상 복용하지 않으면 와르파린의 대사를 촉진시키는 수면제가 없어져버리니까 그 약물의 농도가 올라가서 환자가 갑자기 내출혈(internal bleeding)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덕성여대 약대에서는 위험 정도에 따라 약물상호작용을 구분하고 공부해야 할 내용을 정리해 놓은 자료가 있습니다. 그 자료를 찾아보니까 비타민C는 함께 복용하는 약물에 어떤 치명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물론 비타민C에서도 약물상호작용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약물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흔히 해열진통제라고 해서 많이 복용하는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으로 나와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같은 약물은 비타민C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보통의 용량에서는 상관없지만, 아주 많은 용량의 비타민C를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약물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가령 하루에 500mg 이상 투여할 때 비타민C가 신장에서 재흡수되어 혈중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고혈압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베타차단제 프로프라놀올(propranolol)을 비타민C와 함께 복용하면 상호작용이 나타납니다. 프로프라놀올을 80mg 투여하고 나서 비타민C를 투여한 그룹과 투여하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 데이터가 있는데, 비타민C를 투여한 그룹에서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프로프라놀올의 혈중농도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투여하지 않은 그룹의 최고혈중농도(Cmax)는 463nmol/L인데 비해 투여 그룹의 Cmax는 334 nmol/L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체내에 남아 있는 비타민C의 양을 측정하여 평가한 농도하곡선(AUC)에서도 비타민C가 없는 경우에 농도가 훨씬 높고, 비타민C가 있는 경우에 농도가 훨씬 떨어졌습니다. 최고혈중농도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Tmax)을 봤을 때에도 비타민C가 있으면 프로프라놀올의 Tmax가 더 오래 걸렸습니다. 따라서 비타민C는 프로프라놀올의 흡수에 영향을 미쳐서 혈중농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그럼 다음에는 비타민C의 질병 치료 및 예방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대한비타민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염창환 교수께서 비타민C와 암 치료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염창환 교수(관동의대) = ‘비타민C 논쟁’ 하면 항상 떠오르는 것이 미국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과 메이요클리닉의 싸움입니다. 1976년과 1978년에 폴링은 비타민C가 말기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생존기간을 연장시킨다고 발표했으나, 1985년 메이요클리닉이 그런 효과가 없다고 반박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있던 마크 레빈이 2004년 논문 발표를 통해 이 논쟁을 반전시키게 됩니다. 그는 메이요클리닉의 연구가 경구용 비타민C를 투여했기 때문에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비타민C의 주사요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방금 조애리 교수께서 비타민C의 권장량이 1일 60mg에서 100mg이라고 했는데, 비타민으로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가장 최소한의 비타민C 용량이 1일 6g입니다. 하루에 2g씩 최소한 3번은 먹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비타민C가 몸속에 들어가면 6시간 동안 작용을 하고 그런 다음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몸속에서 작용하는 그 6시간 동안에는 체내의 활성산소나 질병과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 없는 부분들은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많은 용량을 투여해 봤자 불필요하다고 흔히들 말하고 있고, 실제로 하루가 지난 다음 검사해보면 많이 투여하건 적게 투여하건 농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시간 단위로 평가해 보면 최소한 6시간 동안에는 1g 먹는 사람과 2g 먹은 사람 사이에 차이가 많이 납니다.

과거 우리는 만성 잠재성 비타민결핍증이라는 개념을 몰랐습니다. 비타민 연구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환자에게 특별한 병이 없으면 ‘허하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만성 잠재성 비타민결핍증도 그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이를 괴혈병전단계(subclinical scurvy)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괴혈병은 아닙니다. 공해가 심한 환경에 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비타민C가 부족해서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또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급사하는 현상을 놓고 이왕재 교수께서는 부신기능부전(adrenal insufficiency)이 원인이라고 설명하셨는데, 만일 그 사람이 비타500과 같은 음료를 옆에 두고 마시면서 일을 했다면 그렇게 갑작스럽게 사망을 했을까 싶습니다. 만성 잠재성 비타민 결핍증이 좀 더 진행되면 암이나 면역질환,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들이 검사를 통해 나오기 전부터 우리 의사들이 그런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암이나 심혈관질환이 발생하기 앞서 건강한 상태나 괴혈병전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어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해야 합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이제 대한노화방지연합회 배철영 이사장께서 노화와 비타민C의 관계에 관해서 말씀해주시겠습니다. 배 이사장은 현재 세이퍼생체나이메디컬센터 원장 겸 대한생체나이의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배철영 이사장(대한노화방지연합회) = 비타민C에 대한 여러 가지 생리적이고 이론적인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진료에 임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실제로 환자에게 또는 일반인에게 어떤 내용을 추천할 것이냐 하는 게 문제가 됩니다.

미국 정부에서는 야채와 과일을 하루에 다섯 번(five servings) 이상 먹으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조사해보면 정상인이라고 하더라도 하루에 다섯 번 먹는다는 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하루 다섯 번 야채나 과일을 먹을 경우 비타민C를 1일 200mg 내지 300mg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대상자들의 약 1/3은 하루 다섯 번을 먹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음식을 통해서 비타민C를 섭취한다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상인들도 어려운데, 환자나 노인의 경우에는 더 어려울 겁니다.

노화방지 분야의 경우 비타민C의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항산화 작용입니다. 항산화 작용을 통해서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관 노화를 예방한다는 개념이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말초혈관질환 같은 여러 가지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한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비타민C 기능의 하나는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것입니다. 면역력 증강을 통해 암을 예방하거나 성인병이나 노인병 같은 퇴행성 질환들을 예방하자는 것입니다.

1992년에는 미국 UCLA에서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하나 발표했는데, 약 1만1,000명의 연구 대상자들에게 비타민C를 투여하면서 10년 동안 추적 관찰했을 때 수명이 약간 연장됐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그런 연구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밖에도 비타민C가 니트로스아민(nitrosamine)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를 통해서 위장관(GI)에서 위암이나 대장 용종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비타민C가 부신을 자극하여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의 분비를 증가시킴으로써 우울증 치료를 보조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cortisol)을 분비시켜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이제까지 이왕재 교수와 조애리 교수, 배철영 이사장, 염창환 교수로부터 학문적 입장에서 비타민C가 현대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유익하고 재미있는 말씀을 들어보았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소비자 입장을 대변해서 중앙일보 정책사회부 건강팀장을 맡고 있는 고종관 기자와 국민일보에서 건강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기수 기자가 함께하고 있는데, 먼저 고 기자께서 비타민C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고종관 기자(중앙일보) = 오늘 좌담회를 통해서 비타민C에 대해 상당히 깊이 있는 지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비타민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은 거의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암 환자나 노인과 같이 식사를 잘 못해서 비타민C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정작 이런 정보가 제공될 기회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임상 현장에서도 비타민C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권장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친구 한 명도 암으로 사망했는데, 저조차 그런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실제로 오늘 이 자리도 우리처럼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필요성으로 보면 오히려 영양 결핍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정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혜택을 봐야 할 사람들은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한 영양섭취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타민C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과잉 섭취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영양결핍이 있는 집단을 정해서 그들에게 건강에 유익한 비타민C를 적극 권장하는 기회가 많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비타민C가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는 임상의사들이 잘 권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씀을 고종관 기자께서 해주셨습니다. 저도 의사로서 상당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기수 기자께서는 오늘 비타민C에 말씀들을 듣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이기수 기자(국민일보) = 오늘 교수님들의 말씀 중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물을 통해서는 비타민C를 충분한 양으로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구용 제제가 됐든 액상 제제가 됐든 보충해줘야 한다는 말씀이 우선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돌연사 문제가 나타나는 40대 이후에는 건강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듯이 비타민 보충제를 투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아까 이왕재 교수께서 에스키모인은 싱싱한 야채나 과일을 먹지 않더라도 괴혈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가 사냥에서 얻은 동물의 부신을 먹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하루 세 끼 야채를 먹듯이 에스키모인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사냥을 해서 부신을 먹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 도대체 부신을 어느 정도 먹어야 괴혈병에 안 걸릴까요?

▲이왕재 교수 = 아마도 에스키모인은 1주일에 부신 한 개만 먹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죽지 않습니다. 지금 이기수 기자께서 비타민C를 따로 보충하지 않는다면 음식물을 통해서 비타민C를 섭취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에스키모인이 1주일에 부신 한 개를 먹는다면 그 양은 이 기자께서 현재 먹는 양보다 많습니다. 왜냐 하면 부신에는 비타민C가 혈중의 50배 내지 100배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것 하나만 먹으면 됩니다.

▲이기수 기자 = 비타민C는 필요한 양만큼만 쓰고 필요 없는 나머지는 신장을 통해서 배설이 된다고 합니다. 아까 조애리 교수께서 1일 1g을 복용했을 때 75%가 흡수되고 1일 5g을 복용했을 때 20%가 흡수되고 그 나머지는 배설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계산해 보면 1일 1g를 썼을 때 750mg이 흡수되고, 1일 5g를 썼을 때 1g가 흡수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그 나머지는 배설이 되겠죠.

▲이왕재 교수 = 그런 숫자놀음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넘어갑니다. 사실 비타민C는 5g를 1g씩 다섯 번을 먹느냐, 5g를 한꺼번에 다 먹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전혀 달라집니다. 따라서 일반인에게 그렇게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하루에 5g를 한꺼번에 먹을 때는 20%밖에 흡수되지 않지만, 하루에 1g씩 다섯 번 먹을 때는 흡수량이 달라집니다. 한번에 1g를 먹을 때 흡수율이 75%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누어 먹도록 하는 겁니다.

▲이기수 기자 = 비타민C 제품에는 경구용 제제도 있고 비타500처럼 액상 제제도 있습니다. 같은 용량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서, 경구용 제제로 먹었을 때와 액상 제제로 먹었을 때, 어느 쪽이 더 효과적입니까?

▲이왕재 교수 = 사실 저는 지금 이기수 기자께서 질문하신 내용과 똑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액상 제제가 좋으냐? 정제가 좋으냐? 액상 제제로는 광동제약 제품을 썼습니다. 건강한 젊은이 20명을 똑같이 10명씩 나눈 다음 한 쪽에는 액상 제제를 복용하게 하고 다른 쪽에는 똑같은 양의 정제를 투여해서 48시간 동안 조사를 했습니다. 이들에게서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혈액을 채취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액상 제제의 흡수가 정제보다 1시간 정도 더 빨랐습니다. 액상 제제는 마시고 나서 2시간이 되면 최고혈중농도에 도달합니다. 그에 비해 정제는 3시간쯤 지나야 최고혈중농도에 이릅니다.

일반인들이 농도에 관한 얘기를 하면 알아듣기는 어렵겠지만, 사실상 비타민C의 농도에는 정상이라는 기준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상의대 미생물학교실 이광호 교수가 비타민C를 따로 보충하지 않고 정상적인 식사만을 하는 사람 1-2만 명을 대상으로 그런 연구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혈액을 채취해서 측정해보니까 보통 정상인의 비타민C 농도가 30μmol에서 90μmol 사이에 분포했습니다. 그에 비해 괴혈병전단계의 농도는 10μmol에서 30μmol까지이고, 괴혈병이 10μmol 이하라고 합니다. 10μmol를 그냥 놔두면 사람이 죽습니다.

제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전날 비타민C를 먹고 이후 12시간 이상 전혀 먹지 않은 대상자에게서 다음날 아침 혈액을 채취해서 측정해보니까 50μmol이 넘어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보통이 20μmol에서 30μmol 사이였습니다. 대개 그 정도가 정상적인 농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매끼마다 광동제약에서 나온 비타민C를 2g 복용시켜 보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최고혈중농도가 정제에 비해 1시간 정도 빨랐고, 220-230μmol까지 농도가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정상적인 식사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정상적인 식사를 통해서는 도저히 50μmol 이상 올라갈 수 없습니다. 이처럼 식사만 해서는 비타민C 농도가 200μmol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비타민C 정제의 흡수 속도가 액상 제제보다 1시간 정도 느리다고 하셨는데, 그럼 그만큼 비타민C의 효과가 안 좋다는 뜻인가요?

▲이왕재 교수 = 정제로 먹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20여 년 동안 직접 비타민C를 연구하면서 보니까 비타민C가 흡수되지 않는 것도 굉장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흡수되지 않은 정제 비타민C는 결국 대변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소화관을 여행하는 겁니다. 소화관을 여행하면서 특히 대장에 아주 중요한 변화를 줍니다. 따라서 대장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액상 제제보다 정제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제는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오랫동안 대장을 지나가면서 그 곳에 있는 정상 균총(normal flora)을 변화시키는데, 대개 비타민C가 약한 산성이기 때문에 대장을 통과하면서 그곳의 환경을 약한 산성으로 바꿔줍니다.

아시다시피, 미생물은 병원균(pathogenic)과 비병원균(non-pathogenic)으로 나눠지는데, 흥미롭게도 병원균은 약한 산성을 싫어하고 비병원균은 약한 산성을 좋아합니다. 여성의 질이 그런 예의 하나입니다. 산부인과에서는 여성의 질 속을 약한 산성 상태로 유지해줘야 좋은 균들이 자라게 되고, 질염을 일으키는 나쁜 균들을 자라지 못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미생물학적인 현상이 대장에서도 일어납니다.

가령 비타민C를 5g 먹으면 흡수율이 20%밖에 안 되니까 나머지는 그냥 몸 밖으로 빠져나와 버려지는 것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소화관을 통과하면서 균총을 변화시켜 암을 예방해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에 대한 학문적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왜 비타민C를 먹으면 폴립이 안 생기고 대장암이 예방될 수 있는 것일까? 제가 보기에 대장암이 생기는 원인은 균에 있습니다. 그래서 소장에는 암이 별로 없는 겁니다. 대장에는 암이 많고 소장에는 암이 적습니다. 또 대장에서도 끝으로 갈수록, 직장으로 갈수록 암이 많아지는 이유는 바로 병원균이 많으면 많을수록 암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겁니다. 제가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비타민C를 준 사람과 안 준 사람을 용량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조사해보니까, 비타민C를 정제로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비병원균의 양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적게 먹으면 적게 먹을수록 병원균의 양이 증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변 냄새가 다릅니다. 저는 실제로 이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비타민C는 어느 정도 먹어야 합니까?

▲이왕재 교수 = 비타민C의 1일 섭취권장량(recommended daily allowance, RDA)은 약리학이나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는 하신 분들이 정해 놓았는데, 현재 60mg에서 100mg까지 돼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비타민C 200mg까지를 권장량으로 하고, 2,000mg 이상은 먹지 말라고 기준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아까 제가 비타민C는 비타민B와 다르다고 말씀드렸는데, 비타민B는 먹는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비타민C는 사람에게만 문제 있는 것이고, 원래 사람도 만들던 물질이기 때문에, 그 적정량을 정할 때는 지금도 비타민C를 원래 형태대로 만들고 있는 다른 포유류들을 참조해 봐야 합니다. 저는 그게 학문적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도 포유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헌을 뒤져보니까, 포유류들이 하루에 만드는 비타민C의 양에 대한 조사가 이미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저도 실제로 그런 조사를 해보니까 적게 만드는 동물은 체중 1kg당 70mg 정도를 만들고 많이 만드는 동물은 체중 kg당 250mg까지 만들고 있었습니다. 생명체라는 것은 절대로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자기가 쓰지 않을 것을 자기가 만들지는 않습니다. 포유류가 하루에 1kg당 70mg에서 250mg까지 비타민C를 만든다는 사실을 70kg 체중의 성인 남자에게 적용해 보면 우리 학계에서 말하는 권장량 60-100mg은 정말 말도 안 됩니다. 체중 1kg당 70mg에서 250mg까지의 양을 70kg의 성인 남자에게 적용해 보면 최소한 4,900mg 내지 최대 17,500mg의 범위 내에서 비타민C가 활용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 실험 중에서 예를 들어보면, 쥐는 체중 1kg당 70mg의 비타민C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 쥐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체중 1kg당 200mg을 만듭니다. 스트레스와 비타민C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약리학이나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왜 비타민C의 적정량을 60mg 내지 100mg으로 정했는가 하면 60mg 내지 100mg을 섭취할 때 비로소 비타민C가 소변으로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한 겁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소변으로 나오는 것을 불필요하니까 내보낸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동물들을 실험하면서 소변을 받아봤습니다. 체중 1kg당 70mg에서 250mg까지 엄청나게 많은 양의 비타민C를 만드는 동물들의 소변 속에는 혈중농도보다 5배 내지 10배 많은 비타민C가 검출됐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저는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지만, 어쨌든 단순히 비타민C는 소변으로 나오는 것만으로 적정량의 기준을 정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생명을 위해서 스스로 비타민C를 만드는 동물들이 혈중농도보다 5배 내지 10배의 비타민C를 소변으로 내보낸다는 얘기는 소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비타민C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생명체는 자기 스스로 만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에게 필요해서 외부에서 흡수한 것조차도 소변으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우리는 포도당을 소변으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넘쳐흐르기(overflow)는 하지만, 정상 상태에서는 포도당은 물론 아미노산조차 소변으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소변으로 포도당이 나가면 질병이 됩니다. 호르몬도 절대 소변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나오더라도 극미량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혈중농도보다 5배 내지 10배 많은 비타민C가 소변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현상의 생물학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제가 아직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소변을 분석해보면 거기에는 산화성 손상(oxidative damage)을 주는 물질들이 엄청 많습니다. 그런 산화성 손상에 의해서 방광암이 생길 수도 있고 요관에 암이 생길 수도 있을 텐데, 비타민C가 아니면 그런 손상에 대해 방어할 기전이 없습니다. 이것은 제가 지금 추정하고 있는 가설이며, 그에 대한 실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적정량을 정할 때 대부분의 다른 약물들은 언제 소변으로 나가느냐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비타민C는 그렇게 정해서는 안 됩니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왜 다른 동물들은 그렇게 많은 양의 비타민C를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렇게 만든 비타민C를 일부러 소변으로 내보내는 것일까? 그 두 가지 점을 생각해 볼 때 결코 똑같은 기준으로 비타민C의 적정량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배철영 이사장 = 지금 적정량에 대해서 이왕재 교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용량을 정할 때 성인 용량과 소아 용량이 체중(kg)대로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성인에 비해 소아의 용량이 많습니다. 모든 약이 그렇습니다. 하물며 동물의 용량을 가지고 사람의 용량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비타민과 같은 물질의 용량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1일섭취권장량(RDA)을 얘기합니다. 이 용량이라는 것은 질병이 안 생길 정도의 최소 용량입니다. 그 정도는 줘야 된다는 얘기죠. 그래서 정부에서 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보다 좀 더 발전된 된 형태로 연령이나 성별, 또는 임산부 같은 여러 조건에 따라서 용량을 정하는 방법도 있고, 소비자들의 복용을 유도하기 위한 용량도 있습니다. 저는 노화방지 분야에 많이 관여하기 때문에 적정용량(ODA, Optimal daily allowance)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이처럼 용량을 말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비타민C의 경우 노화방지 분야를 다루는 의사들은 대부분 환자들에게 500mg 내지 1,500mg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왕재 교수 = 지금 소아와 성인의 용량을 예로 들면서 어떻게 사람의 용량과 동물의 용량을 비교할 수 있느냐고 말씀하셨는데, 맞습니다. 그것을 비교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많이 먹으면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염창환 교수께서 암 환자들에게 기본적으로 6g은 쓰신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루에 g 단위의 비타민C는 먹자는 얘기입니다. 동물들도 체중 70kg인 경우 비타민C를 20g까지 만드는데, 우리도 최소한 g 단위로는 복용을 하자는 얘기입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소변으로 나간 것을 기준으로 정한 60mg 내지 100mg과 g 단위는 너무 차이가 큽니다. 60mg 내지 100mg 권장량 주장은 너무나 공허합니다. 우리의 식사 속에도 그 정도 이상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로 정할 필요도 없는 양이니까요. 사실상 사문화된 권장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단 정해지면 고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하겠습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고종관 기자께서 먼저 지적하셨듯이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비타민C를 잘 권하지 않습니다.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고종관 기자 = 이왕재 교수께서 말씀하시는 것 중에는 정말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조애리 교수의 약물상호작용도 그렇고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오늘 나온 내용들에 대한 시험을 치러본다면 과연 몇 점이나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보기에 비타민C의 역사는 꽤 긴 것 같은데, 의대 교과서나 인턴, 레지던트의 교육과정에서는 왜 이런 내용이 빠져 있는 겁니까?

▲배철영 이사장 = 우리가 의과대학에서 교과서를 통해 배운 것은 아마도 비타민C의 기본적인 구조나 기능, 부족했을 때의 질병 정도일 겁니다. ‘비타민C가 부족했을 때는 괴혈병이 생기고, 그렇기 때문에 괴혈병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비타민C를 과다 복용했을 때는 비타민과다증이 오기 때문에 용량을 많이 쓰면 안 된다’는 것 외에는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잘 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지금 이 자리에는 서울의대 내과 교수와 대통령주치의를 지내셨고, 현재 건국대의료원장으로 있는 최규완 교수께서 나와 계십니다. 교수님께서 이 자리를 죽 지켜보시면서 어떤 점을 느끼셨는지 말씀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규완 교수(건국의대) = 1960년대에 비타민C를 먹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었는데, 그 뒤로 저는 비타민C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서도 그것으로 부족한 것 같아 하루 1g 내지 2g의 비타민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보통사람이라면 아마도 그 정도로 섭취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70세가 조금 넘은 나이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소화기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데, 비타민C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영향을 주어 위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나와 있습니다. 아까 이왕재 교수께서 말씀하셨듯이 하부위장관도 마찬가지고요. 어쨌거나 저는 사람들에게 하루에 비타민C 1-2g 정도는 보충해줄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에 가보면 천연 비타민C(natural vitamin C) 제품의 값이 더 비싼데, 과연 천연 제품이 합성 비타민C보다 나은 건가요?

▲이왕재 교수 = 제가 비타민C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질문이 바로 합성과 천연 비타민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가만히 보니까 천연 제품이 좋다는 것을 사주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비타민C 제품을 보면 천연이라고 해서 턱도 없이 엄청나게 비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구조가 같은데, 어떻게 합성과 천연을 구분할 수 있습니까? 문제는 순도(purity)입니다. 어떤 제품이 천연이냐 합성이냐를 따질 게 아니라 99% 순도냐, 98% 순도냐를 봐야 합니다.

사실 저도 비타민에 대해서 다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 토론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통해 ‘합성 비타민C가 나쁘다는 점을 학문적으로 설득시켜보라’고 했더니, 어느 화학과 교수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들고 와서는 합성이 나쁘다는 점을 설명해주었습니다. 그 분이 말한 요지는 ‘천연 비타민C에는 각종 바이오플라보노이드(bioflavonoids)가 섞여 있는데, 그 바이오플라보노이드가 비타민C의 흡수를 도와준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을 혼동한 주장이었습니다.

아까 조애리 교수께서 비타민C가 소장으로 흡수된다고 하셨는데, 그냥 흡수되는 게 아닙니다. 2000년도에 비타민C 수송 단백질(vitamin C transporter protein)이 발견됐는데, 나트륨 이온을 통해서 비타민C가 능동수송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새로 발견된 단백질은 sodium dependent vitamin C transporter 1과 2(SVCT 1과 2)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소장에는 특히 SVCT 1이 많이 발현돼 있는데, 그 단백질에 얹혀서 비타민C가 흡수되는 것입니다. 또한 바이오플라보노이드가 붙어서 비타민C의 흡수를 돕는다고 하더라도 바이오플라보노이드와 떨어져야만 비타민C가 흡수되지 함께 흡수되지는 않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학자로서 토론을 해본 사람은 그 분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합성 비타민이 천연 비타민보다 나쁘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제 홈페이지를 통해서 논쟁했던 사람의 99%가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애리 교수 = 우리는 소변으로 배출되는 비타민C를 인체가 필요로 하지 않는 양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비타민C를 소변으로 배설하게 되면 신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왕재 교수께서는 소변으로 배출되는 비타민C가 오히려 많은 산화성 스트레스 물질들로부터 방광을 보호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계서서 정말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좌장]윤방부 교수 = 지금까지 우리는 비타민C에 대해서 모르는 사실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노화방지, 면역증강, 암치료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물론 앞으로 여러 가지 암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는 말씀들도 있었습니다. 현재 권장되는 비타민C 용량의 허구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의 말씀으로 비추어 보면 정상인의 경우 하루 1-2g 정도의 비타민C 섭취가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비타민C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이용되어 국민건강의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장시간 말씀을 나눠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비타민C 드링크 ‘비타500’ 개발 과정

김현식 전무(광동제약)

암울했던 IMF의 터널을 지나 새 천년에 접어들면서 국민의 시선은 건강과 웰빙 쪽에 돌리게 되었고, 그에 따라 비타민C가 엄청난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비타민C는 의약품으로 개발되어 과립제나 정제의 형태로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 광동제약에서는 2000년도에 ‘비타민C 드링크를 개발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여러 차례 협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비타민C는 특성상 맛내기가 쉽지 않고, 물에는 잘 녹지만 열과 빛을 받으면 쉽게 소멸되기 때문에 갈등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회장님께 그런 사실을 말씀드리자 아주 흔쾌하게 허락하셨고, 거기에 용기를 얻어서 우리 식품개발부에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비타민C는 맛이 시큼털털해서 맛내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광동제약은 오랫동안 업계의 최고를 달리는 광동쌍화탕에서 알 수 있듯이 드링크제의 맛을 내는 데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처음 비타민C 드링크를 마실 때의 첫 맛과 입속에 몇 초간 머물러 있을 때의 중간 맛, 그리고 마지막에 목으로 넘어갈 때의 끝 맛 사이의 차이가 몸으로 느껴질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다 마시고 나서도 한 병 더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도록 해야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적합한 성분배합 비율을 찾아냈고, 그 비율대로 시제품을 만들어서 맛에 대한 테스트를 거듭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우리 한국에서 순수하게 만든 국산 토종 비타민C 드링크를 시장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약국을 넘어서 국민들이 비타민C를 쉽게 구입할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슈퍼, 할인점, 편의점, 사우나 등으로 시장개척에 나서 제약업계 최초로 전국적인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유통체계상으로는 제약회사 중에서는 광동제약이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제품을 빨리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가수 비와 이효리 같은 스타 마케팅을 이용했는데,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온라인 마케팅 등 당시 제약회사로서는 상상 못할 톡톡 튀는 마케팅을 구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비타민C 드링크 ‘비타500’은 단독으로 1,100억 원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약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는 매년 유행성 독감이나 환절기 감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그런 질환이 크게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국민들이 비타민C 드링크를 많이 마셔서 더욱 건강해진 것도 그런 이유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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