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반신욕과 찜질방 같은 문화가 유행하면서 일반인들의 건강한 피부와 올바른 목욕법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목욕의 백과사전적인 의미는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으나, 목욕의 기능은 치료를 하기 위해서나 휴식과 즐거움을 위해, 또는 종교적인 의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분을 좋게 하고, 심신의 피로를 감소시키는 목욕의 효과는 잘 알려져 있으나, 피부과에 내원한 많은 환자들이 건강한 목욕법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며, 이는 피부를 더 건조하게 하여 가려움증을 더 심하게 하고, 피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고온욕의 경우 근육이완, 진통작용이 있으나 체온의 상승은 혈관의 확장을 일으키고 이는 심장을 포함한 순환기에 영향을 준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이러한 영향에 크게 좌우되지 않지만, 사우나와 같은 고온에서는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등 순환기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어지러움증이나 저혈압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목욕과 건강의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여기서는 피부와의 관계만으로 국한하고자 한다.

피부는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외부의 기관으로 몸무게의 약 7%를 차지하며, 단일 기관으로서는 가장 큰 기관이다. 피부는 인체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내부 장기의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즉 내부적으로는 수분과 전해질의 소실을 억제하고, 정상적인 생화학적 대사환경을 제공하며, 외부적으로는 물리적인 자극, 자외선, 화학물질, 공해, 미생물 등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장벽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에 피부는 외부 환경과의 접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끊임없이 외부 환경과 접촉하고 있고 그 종류도 피부에 사는 세균이나 공기에 있는 먼지 같은 미세한 것들에서부터 눈에 보이는 사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외부 자극에 의한 접촉은 알레르기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고, 피부에 끊임없는 손상을 줄 수 있다. 다행히 피부는 회복력이 좋은 기관 중 하나이며, 끊임없이 증식하여 새로운 피부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소위 ‘때’라고 부르는 것도 새로운 피부가 생기고, 기존 피부가 탈락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퇴화된 세포들의 덩어리와 먼지가 뭉쳐진 것이다. 보통 때를 밀게 되면 이러한 찌꺼기 뿐만 아니라 피부 수분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피부의 각질층도 손상되게 된다.

피부의 수분은 우리가 마시는 물이 혈관으로 흡수되고, 혈관으로부터 조직에 공급되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그러므로 피부의 맨 안쪽 층이 가장 수분이 많고, 각질층으로 갈수록 수분도가 감소한다. 농도가 높은 잉크를 물에 넣으면 잉크 농도가 낮은 쪽으로 퍼지는 것처럼 물도 농도가 낮은 위쪽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물은 결국에 몸 바깥으로 나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정한 양의 수분이 피부에 유지되고 손실된다. 하지만 겨울같이 상대습도가 낮거나, 잦은 목욕이나 샤워를 한 경우에는 농도의 차이가 더 크게 되어 수분 손실도 더 많아지게 되며 심한 경우 피부의 장벽 기능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목욕 시 각질을 인위적으로 벗겨내는 경우 수분 유지에 중요한 각질층이 얇아지거나 없어져서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피부에 수분이 떨어지면 여러 가지 효소들의 작용이 억제되어, 각질의 탈락이 지연되므로 피부 위에 비늘같이 각질이 나타난다. 정도가 심한 경우는 붉어지고 염증이 나타나 건성 습진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뜨거운 물에서 ‘시원하다’고 탕에 오래 들어가 있으면 피부건조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노인의 경우 피부장벽기능 손상 후 회복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며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도 지연된다. 아이들의 경우 어릴수록 몸의 크기에 비해 몸의 표면적이 큰 비율을 가지므로 피부를 통한 수분의 손실이 중요하다.

목욕 후에 피부는 일시적으로 많은 수분을 갖게 되지만, 수분을 유지시킬 능력이 없으면 도움이 되지 않고 도리어 자연 함습인자를 씻어내 버려 피부는 더 건조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차단하는 것이 바로 보습제이다. 보습제는 피부를 덮어주어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고, 수분함유인자를 가진 보습제는 자체가 수분 함유량을 증가시켜준다. 수분함유인자는 정상적으로도 피부 구성 성분의 일부가 분해되면서 유지되지만, 요소나 젖산과 같이 외부에서 공급해줄 수도 있다.

피부에 염증이나 결손이 있는 경우 수분 손실은 훨씬 증가한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에서와 같이 피부가 건조해지는 경우 더욱 심한 증상을 유발한다. 또한 최근의 연구 보고에 의하면 피부장벽의 손상 그 자체로 유도되는 과정이 피부염증의 시발점일 뿐 아니라 만성적인 악화과정에 있어 중요한 조절인자로 작용한다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으며, 따라서 치료에 있어서도 피부장벽 또는 각질층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목욕은 크게 두가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피부 표면에 존재하는 유해한 자극성, 감작성 물질과 세균을 세정하는 작용과 수분접촉에 따른 일시적인 피부수화의 촉진이다. 목욕시 사용하는 세정제는 오랫동안 피부와 접촉시 정상 피부 지질을 용해시킬 수 있으므로 가급적 짧게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순한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피부에 염증이 있을 때는 목욕물의 온도를 뜨겁게 하지 말고 미지근한 상태로 한다. 목욕 중에는 타올 등으로 피부를 문지르지 않도록 하며 보습제는 목욕후 3분 이내에 발라야 한다. 목욕물이 뜨거울수록 초기 수분 증발량이 많아지고 이로 인하여 피부건조가 촉진될 수 있다. 목욕물의 온도는 정상인의 경우 체온보다 약 1-2 도 정도 높을 때 뜨겁다고 느낄 수 있는 정도이다.

예로부터 휴가도 즐기고 건강도 돌보기 위해 온천을 찾는 경우가 많았으며, 온천을 이용하여 피부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온천요법, balneotherapy)가 있었다. 이는 온천수에 포함된 미네랄의 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정확한 기전은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온천수의 항균 효과는 마그네슘과 요오드 이온과 함께 온천수의 산성조건도 관여할 것으로 추측된다. 온천에 고농도로 함유되어 있는 유황성분은 이전부터 진균감염, 습진, 여드름, 건선 등에 사용되었으나 또한 이러한 성분들에 의해 온천수 피부염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너무 고온의 온천수는 피부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겨울철에는 탕에 들어가는 목욕은 1주일에 1회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으며, 탕에 있는 시간은 15분 이내로 하고 전체 목욕시간도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한다. 가벼운 샤워라면 주 2-3회 해도 괜찮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적절한 목욕의 방법과 시간은 많은 차이를 보이므로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상기에 언급한 기본적인 원칙을 마음에 담고 실천한다면 깨끗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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