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지난 8일 열렸다. 이날 국감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오전 감사 직후에 진료비검사심사실을 방문, 진료비 검사 방법을 시찰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각 의원들의 질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전재희 의원(한나라당) = 국공립병원이 민간병원보다 과잉진료를 한다. 국공립병원의 진료비청구 심사조정액이 전체 평균보다 0.5% 높은 2%인데, 이는 국공립병원의 경우 부당 청구가 확인되어도 행정처분이 환수 결정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민간병원은 업무정지 등 보다 높은 행정처분을 받고 있다. 국공립병원에 대한 「봐주기」 처분 아닌가. 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지난 2년 동안 10억 원의 허위청구를 잡아내지 못했다. 두 기관은 전산정보시스템의 공유 또는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둬야 한다.

▲이기우 의원(우리당) = 생산된 지 20년 이상 지난 CT나 작년에 만들어져 들여온 CT나 건강보험급여에 차이가 없다. 이로 인해 무분별하게 중고 CT기가 들어와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1백만명당 평균 31대의 CT가 있는 나라로, 미국보다 2배 이상, 영국과 독일보다 5배 이상 많은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작연도를 알 수 없는 장비가 전체의 32%, 10년 이상 노후장비가 17%나 되어 노후 CT장비에 대한 관리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이상락 의원(우리당) = 심평원의 「임의 건강보험 심사지침」이 진료비 과잉청구행위를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정당한 의료행위에도 불구하고 진료비를 축소 청구하는 현상이 있다. 따라서 심사지침의 세밀화 및 투명한 공개를 통해 공신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심사지침은 과잉·허구청구를 하는 의료진에게는 많은 허점을 보이는 반면 정상적으로 청구하는 의료진에게는 오히려 불명확한 기준이 되고 있다. 진료비를 축소 청구하고 있는 곳이 대한의사협회 회원소속 의료기관 87곳 중 80%가 넘는 70곳 이상이다. 이로 인해 성실한 의료진은 정당한 의료행위나 약제행위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진료비지급제에 대한 회의나 불신을 확산시킴으로써 의료발전의 동기를 상실시키고 손실분을 환자에게 보상받으려는 시도를 양산시킬 수 있다. 또 축소 청구는 소극적 진료를 불러 각각 환자의 다양한 질병에 대해 적정치료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안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화원 의원(한나라) = 병원에서 진료비가 과대 책정되고 있다. 환자는 병원에서 청구하는 금액이 적절한 진료비라고 생각해서 지불하고 있지만 사실 병원에서는 보험급여로 본인청구가 되지 않는 비용까지 환자에게 청구해 환자 스스로가 심평원에 요양급여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또 진료비 대비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는 동일한 성능의 고가 의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효과를 내는 저가 의약품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성과 유효성만을 검증해 건강보험에서 적용하는 기존 방식을 탈피, 경제성 평가를 통해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음으로써 보험재정과 국민의료비 절감에 일조해야 한다.

▲장향숙 의원(우리당) = 같은 질병에 대해 대학병원마다 진료비 격차가 최고 2.83배까지 난다. 이는 10개 주요 질환군에 대해 실시한 42개 대형병원의 2003년 4/4분기 고가도 분석결과다. 진료비에 대해 적정성 평가를 실시, 결과를 공표함으로써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이 적절한 의료정보를 제공받도록 하는 역활을 심평원이 해야 한다.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 = 의료사각지대를 포함, 국민들에 대한 응급의료서비스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1995년 마련된 「응급의료비대불제도」가 파행을 겪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5년간 응급의료비대불기금 사용액이 예산액의 25.86%에 불과하고, 2003년 경우 대불기금을 1건 이상 신청한 기관은 응급의료기관의 30%에 불과하다. 더욱이 기금운영의 운영 미비에 대한 진단 없이 올해 예산을 2002년과 비교해 69%나 줄이는 등 「응급의료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라는 기금 설립 목적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또 기금사용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심사결과 「불인정」 판단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적용이 되더라도 건강보험 삭감률이 일반적인 삼감률 1.3%와 전체 응급실에 대한 삭감률 1.5%보다 20배 이상이 높은 35%에 달해 응급의료 기관에서 신청을 꺼리고 있는 형편이다.

▲고경화 의원(한나라) = 항생제와 주사제 등의 과다한 사용을 막아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기 위해 2002년부터 매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항생제 처방이 늘고 있다. 특히 경기도 소재 Y의원의 경우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이 99.22%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이처럼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의료기관이 상당수다. 항생제 처방이 평균적인 처방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는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대책과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김춘진 의원(우리당) = 생산원가 부담으로 생산차질이 있거나 공급중단이 우려되는 의약품을 지정, 지원하는 「퇴장방지의약품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2003년 8월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신규 지정된 125개 성분 중 100개를 검사한 결과 91개는 사용량이 증가했으며 이중 20개 성분은 사용량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용량 장려금 지급대상 의약품은 고가의약품을 대체하는 저가의약품만으로 선별하고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사용장려금 지급 의약품 30개 중 7개가 고가 의약품이다.

▲곽성문 의원(한나라) = 2년 반에 걸쳐 동일 건물에 입주한 의원과 약국 두 곳이 서로 담합해 10억원을 허위로 청구한 사기사건에 대해 2년이 넘도록 알지 못했나. 이는 심평원의 업무인 허위·부당 청구 감시기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범 4년째인 심평원이 건강보험공단과 역할분담이 뚜렷치 않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실사업무를 공단이 가져야 한다는 논란이 있는 와중에 이같은 사건이 벌어져 「심평원 무용지물론」이 나오고 있다. 또 미국에서 「허위·부당 청구 잘하는 법」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요양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지고 있는데, 심평원은 정체성 강화와 위상 및 역할 재정립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문병호 의원(우리당) = 우리나라의 동네의원 의사는 하루 평균 최고 285명을 진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래환자 상위 100개 의원을 분석한 결과 경남 김해의 한 이비인후과의원은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의사 1명이 4만2천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 하루 평균 285명을 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의 한 소아과의원도 의사 1명이 하루 271명을 진료했다. 이는 2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환자 1명을 진료한 셈이다. 2분도 안 되는 진료가 적절한 진료인가. 심평원은 환자에 대한 적정진료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안명옥 의원(한나라) = 우리나라의 국민 대부분은 주사제를 원하고 높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사가 느끼는 생각과 환자가 느끼는 생각에는 많은 차가 있다. 전국 남녀 1000명과 의사 64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소비자 66.3%, 의사 55.9%가 주사제 치료효과가 좋다고 답했으며 소비자가 질병이 있을 때 주사제가 포함되기를 희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소비자의 40.3%와 의사 86.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소비자의 49.5%와 의사 86.3%는 주사약을 처방했을 때 진료에 신뢰를 느낀다고 했으며 소비자의 28.8%와 의사 73.6%는 주사약 처방의 비중이 높은 이유로 환자가 원해서라고 대답했다. 이는 소비자와 의사 사이에 주사제에 대한 인식 차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평원은 대국민 홍보를 통해 의사와 소비자간의 인식 차를 줄여 무분별하게 주사약 처방이 늘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유필우 의원(우리당) =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가 줄어들고 노인층이 많아져 문제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관·피임시술 비용과 정·난관 복원수술 비용을 어느 정도 형평성에 맞춰 국민 비용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 정관·피임 시술의 비용은 보험 혜택을 받아 환자에게는 시술 비용이 10만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지만 복원시술은 올 7월부터 보험 적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관·피임수술 비용의 2배 이상이 들어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정책 차원에서 질병 등의 이유로 임신을 방지하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보험혜택을 받도록 보험적용 범위를 설정할 수 없나.

〈종합취재팀: 신재경·윤병기·김원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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