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한참 고참이나 정년을 맞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올 것은 반드시 온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지난 23년간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서울의대 비뇨기과 이종욱 교수(서울의대 전임 학장)는 『아직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제도적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정년퇴임이라는 말보다 정년맞이가 어떠냐』는 말로 서운함을 대신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정년을 『조직의 신진대사는 물론 개인이 그 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계기』라는 말로 고치고 『이제는 새 환경에 적응해서 새롭게 자신을 찾아보겠다』며 의욕을 비쳤다. 또 앞으로 파트타임이나 어텐딩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수의 환자를 진료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난 4년간 학장을 맡아 교수사회를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이 교수는 후배들에 대해서 『교수의 역할은 수준 높은 진료와 후학을 올바로 양성하는 교육, 새로운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에 있다』고 강조하고 『그 동안 우리 의학은 선진 외국의 콘텐츠를 도입, 수정하여 정착시키는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우리 식의 창조적인 내용을 개발하여 세계 의료에 기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2000년 의료사태를 맞아 「서울의대 학장」으로서 의연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와 관련 『당시 의약분업 사태는 정부의 의료평준화 정책이 증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아직도 그 증상은 치료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포퓰리즘에 밀려 교과서적 진료조차 못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밖에도 이 교수는 부실의대 통합과 의학전문대학원 문제, 서울대 한의대 설치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정부측을 겨냥하면서 「상식과 원칙」을 촉구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교수는 지난 2일 서울대 명예교수로 추대됐다. 39년생으로 57년 서울고, 63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73~81년 미국 뉴욕 마운트시나이 의대 교수를 지냈다. 81년부터 서울의대 비뇨기과 교수로 재직한 이 교수는 94~96년 비뇨기과학회 이사장, 2000~2004년 서울의대 학장 등 주요 요직을 맡아왔다.

<신재경 기자/sjk1212@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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