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양은주 교수, 국립암센터 정승현 교수

진행성 암환자들이 겪는 복합적인 증상들은 ‘신체증상’과 ‘경험증상’이라는 두 범주로 나눌 수 있으며, 두 범주의 구분을 근거로 각종 증상 관리에 체계적ㆍ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와 국립암센터 재활의학과 정승현 교수는 459명의 진행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각종 신체적ㆍ정신적 증상과 함께 신체 기능상의 문제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2021년 2월호에 게재됐다.

그에 따르면 진행성 암환자들이 겪는 복합적인 증상들은 ‘지금 바로 느껴지면서 나타나는 신체증상’과 당장 느껴지기보다 ‘기억이나 경험에 근거한 경험증상’이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었다.

‘신체증상’에는 통증, 호흡곤란, 손발저림, 부종과 같은 증상이 포함됐으며, 이러한 증상들은 신체의 기능 및 장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험증상’으로는 기력저하, 피로, 식욕부진, 디스트레스(암 환자의 정신적 고통) 등이 해당됐는데, 이런 증상들은 신체의 기능 및 장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 통증과 같은 신체증상을 조절하면서 기능에 간접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통증이지만 피곤하고 기운이 없는 날 더 심하게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신체증상과 경험증상은 서로 얽혀있으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체 기능 및 장애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암환자의 증상을 관리할 때 신체증상과 경험증상에 대한 구분이 없었고 그에 따라 증상에 대한 통합적인 케어가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가령 암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통증에 초점을 맞춰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신경차단술 주사로 치료하는데,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환자를 멍하게 하거나 졸음을 유발하고 피로도를 높여 신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암환자에 대한 재활치료 계획을 설계할 때 단일 증상이나 기능을 관리하는 방식을 넘어 복합적인 증상들이 신체 기능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이해하는 체계적ㆍ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양은주 교수는 “암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을 치료할 때는 혹시라도 약이나 주사가 우울감, 혹은 피로감을 주지는 않을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립암센터 정승현 교수는 “이처럼 암 치료 중에 나타나는 증상과 그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계속 이어진다면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진행성 암환자 중 30% 이상이 중등도 이상의 장애를 갖고 있다. 이런 경우 사회활동에 제한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증상을 잘 관리하면서 기능을 유지시키는 일은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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