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대학원장

“휴대폰 오래 사용하면 뇌종양 위험 높아질 수 있습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가정의학과ㆍ대학원장)는 1999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환자-대조군 연구 46편을 메타분석한 결과 “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할 경우 뇌종양을 비롯한 악성 혹은 양성 종양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연구는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팀(제1저자 최윤정 박사) 및 미국 UC버클리 보건대학원 가족지역사회건강센터 조엘 모스코위츠 센터장과 공동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주요 의학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와 엠베이스(EMBASE)에서 문헌검색을 통해 46편의 환자-대조군 연구 결과를 종합,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휴대전화를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사람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종양 발생 관련성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주요 연구 그룹별로 세부적인 메타분석을 진행했을 때, 해당 주제와 관련된 연구를 가장 많이 발표한 하델 연구팀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이 종양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온 반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주관한 다국가 인터폰(INTERPHONE) 연구에서는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런 연구팀과 무관하게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세부 분석한 결과, 장시간(누적 1,000시간 이상) 사용 시 종양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교차비 1.60). 1,000시간 이상의 사용량은 10년간 사용한 양으로 환산할 경우 매월 500분 내외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최윤정 박사ㆍ제1저자

이 연구 결과는 SCIE 국제학술지인 <국제 환경연구 및 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2020년도 11월호에 발표됐다.

명승권 교수는 “이 연구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노출되는 고주파 전자기장(주파수 800-2000MHz)이 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일부 실험실 연구 및 동물실험 연구 결과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명 교수는 “하델 연구팀의 연구는 전반적으로 연구의 질적 수준이 높고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에 응답률 차이가 거의 없으며 휴대전화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제공받지 않은 반면, 인터폰 연구는 질적 수준이 낮고 응답률에 차이가 많으며 휴대전화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제공받았다”고 지적하고 “하델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번 메타분석에 포함된 환자-대조군 연구 방법은 보다 근거 수준이 높은 전향적 코호트 연구 방법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휴대전화의 위험성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이라도 ‘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입각하여 휴대전화의 장시간 사용 자제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혹은 차량 이동처럼 전자기파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고, 휴대전화 사용 시 얼굴에서 2~3cm 정도 거리를 두며, 가능한 한 줄이 있는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연구를 주도한 명승권 교수는 2009년 휴대전화 사용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메타분석 결과를 <임상종양학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발표한 바 있다. 2011년에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세계 각국의 전문가가 모여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를 2B군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이번 연구는 그 후 10년 동안 발표된 개별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를 업데이트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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