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서울 강남구에서 산부인과 의원의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는 한 조사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최근 출산율 저하에 따른 산부인과 개원가의 현실은 암담함을 넘어서고 있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여성의학과"로 개명하자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국민의 절반을 진료 타깃으로 하겠다는 이 시도가 과연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산부인과 개원의들은 "정상적인 진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비 삭감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가 개원가에서 발생하는 진료비 삭감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구체적인 조사 자료를 제시해 그러한 하소연을 여실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자료는 "산부인과 의원의 95,1%가 진료비 삭감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면서 "진료비 삭감을 당하지 않는 의원이 오히려 예외로 되어 버린 현실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은 삭감된 진료비를 받아내기 위해 항의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조사는 전체 2,580개 산부인과 의원(또는 의사)에게 조사표를 발송해서 이루어졌는데, 그 중 207개 조사표가 최종 분석됐다. 207명의 응답자 중 남성 의사가 76.8%, 여성 의사가 48명이었다. 진료비 삭감과 관련된 주요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진료비 삭감 여부 : 전체 응답자의 95.1%가 삭감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삭감 경험자 가운데 남성이 96.9%, 여성이 89.4%였다.

▨ 진료비 삭감액 : 전체 응답자의 44.3%는 10만원 미만, 29.2%는 10만-30만원 사이의 삭감을 당해 전체 70% 이상이 30만원 미만의 삭감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만-50만원은 14.6%, 100만원 이상은 6.8%였다. 진료비 삭감액은 남성보다 여성이 낮은 편이었다.

▨ 삭감 이유 : 남성의 68.8% 및 여성의 69.2%, 전체적으로는 68.9%가 초ㆍ재진료나 주민등록번호의 오기, 진료수가나 약품가격 산정시 실수 등을 이유로 삭감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한 진료에 대한 삭감도 16.1%에 달했다. 처방약에 대한 삭감은 15.0%로 비율이 가장 낮았다.

▨ 삭감에 대한 대응 :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 재청구하는 경우가 23.8%였고, 그냥 재청구하는 경우가 16.2%, 심평원에 항의하여 받아내는 경우가 7.0%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여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는 경우는 47.3%(남성 49%, 여성 39.5%)에 불과했다. 그냥 넘어간다는 응답이 36.8%로 가장 높았으며, 심평원에 그냥 항의만 하는 경우도 16.2%에 달해 정당한 진료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못받는 경우가 53%(남성 51.0%, 여성 60.6%)나 됐다.

▨ 성별에 따른 대응 양상 : 남성이 여성에 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삭감 경험이 있는 남성의 49%는 항의나 재청구를 통해 삭감된 진료비를 받아내는 반면 여성에서는 그런 비율이 39.5%에 불과했다.

▨ 연령층에 따른 대응 양상 : 그냥 넘어가거나 항의만 하고 받아내지 못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60대로 70%에 달했으며, 30대에서도 그냥 넘어가는 비율이 60%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40대는 49.4%가 진료비 삭감을 당하고도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진료년한에 따른 양상 : 개원 10-15년 미만의 경우가 정당한 진료 대가를 받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다(57.7%). 이에 비해 개원년한이 25년 이상인 경우는 66.7%가 그냥 넘어가거나 항의만 했으며, 33.3%만이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 결과와 관련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의 최영렬 회장은 『이 자료를 들고 복지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하소연하기도 했으나 전혀 귀기울이지 않았다』면서 『이번 가을학회에서 회원들과 함께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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