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태곳적 생명의 기원뿐만 아니라 인류의 오랜 꿈과 사유,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행동양식 등의 원형을 문학의 형태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신성한 이야기이다.

『그림으로 보는 신화와 의학』에서는 법의학자 문국진 박사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고혹적인 풍경 속에서 찾아낸 흥미로운 의학의 세계가 펼쳐진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극적인 장면들을 화폭에 재현하여 생동감을 부여하는 거장들의 명화 130여 점이 법의학자와 함께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산책을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도대체 언뜻 허황하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어디에 명징한 현대 의학이 숨어 있을까. 『그림으로 보는 신화와 의학』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현대 의학의 밀접한 관계를 좀더 명확히 보여주기 위하여 의학 및 의료 행위의 유래와 함께 의학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질병의 병명과 학명, 증상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의학의 원뜻은 신과 사람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하는 매개체로 사람을 병에 걸리게 하는 병마를 주술로 쫓는 중간 역할을 의미한다. 이 의학을 나타내는 메디신medicine의 기원은 약초와 독초를 이용한 마술에 능했던 메데이아에서 유래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아손을 사랑한 메데이아는 자신의 주술 능력을 이용해서 부왕의 황금 양피를 빼앗으러 온 그에게 요긴하게 쓰일 약을 만들어주었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이아손과 메데이아」와 앤서니 프레더릭 샌디스의 「메데이아」에는 주술사로서 약을 제조하는 메데이아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또 사람의 피부가 노래지는 황피증을 산토데르마xanthoderma라고 하는데, 이 병명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유명한 파리스의 심판대에 오르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몸을 담근 산토스 강에서 연유한다. 노란 물빛의 산토스 강에서 목욕을 하면 눈부신 황금빛 머리칼과 반짝이는 피부를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아프로디테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가 두 번에 걸쳐 그린 「파리스의 심판」에서 유독 아름다운 아프로디테를 만날 수 있다.

아틀라스는 티탄들의 반란에 가담한 죄로 무거운 하늘을 영원히 떠받들게 된 거신(巨神)으로 유명하다. 그런 아틀라스가 우리 몸에도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신체 중에서 가장 무거운 머리를 평생 받치는 환추를 가리키는 말인데, 신화 속 아틀라스의 운명과 너무나 닮았다.

이외에도 『그림으로 보는 신화와 의학』에는 간경변으로 생기는 메두사의 머리카락, 성적 상징물인 물을 사랑하는 님프에서 유래한 여성 색정증과 호색한 사티로스에서 유래하는 남성 색정증, 불사신 아킬레우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아킬레스건 등 그리스 로마 신화의 곳곳에 숨어 있는 의학을 발견하는 기쁨이 가득하다.

한편 법의학계의 원로로 존경받고 있는 문국진 명예교수는 1925년 생으로 서울의대를 졸업했으며 미국 컬럼비아 퍼시픽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과장 및 고려의대 법의학 교수, 뉴욕의대 객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 학술원 자연과학분과회 회장, 국제법의학 한국 대표, 미국 및 영국 법의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법의학자의 관점으로 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시각을 담은『명화와 의학의 만남』, 『법의학자의 눈으로 본 그림 속 나체』, 『명화로 보는 인간의 고통』, 『명화로 보는 사건』, 법의학적 관점에서 예술가들의 병과 사인(死因)을 살펴본 『반 고흐, 죽음의 비밀』, 『바흐의 두개골을 열다』, 『모차르트의 귀』등의 책을 펴냈다. 『최신 법의학』, 『법의 검시학』, 『의료 법학』 등의 의학 서적을 비롯하여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우에노 마사히코와의 공저)와 시집 『이 사람아!』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세계평화교수 아카데미상, 동아 의료문화상, 대한민국 학술원상, 함춘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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