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헌 교수

COVID19가 등장하기 전만해도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고령화 사회’였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으며 고령화 진입 속도도 매우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40대를 기준으로 나누면 다른 서양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연령대별 인구증가율이 40대 미만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극단적인 고령화 사회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고령층에서의 비감염성 질환의 발생률 증가 및유병률 증가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의 증가이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정부 혹은 지역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비감염성 질환의 비용-효과적 치료에 대해서 연구해 왔다.
하지만 COVID-19의 등장으로 비감염성 질환의 사회경제적 부담 외에 감염성 질환의 바둠이 더해지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이번 COVID-19 감염사태가 정리되더라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활동을 제한하는 새로운 감염은 언제라도 찾아 올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POST CORONA’ 책의 집필과정에 참여하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우리는 과연 이성적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이번 COVID-19를 겪으며 많은 언론과 뉴스에서 우리가 마치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것처럼 그리고 우리가 이 감염과의 전쟁에서 이긴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경제를 비롯하여 부동산, 사회, 의료, 정치, 교육 등 현장 전문가 7명이 진단하는 코로나 이후 의 생존전략인 ‘포스트 코로나’(부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책을 발간했다. 필자는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감염병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 감염과의 전쟁에서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 책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개관적인 자료를 찾으며 고찰하였을 때 마치 우리가 이성적인 시민의식을 가진 것처럼 우쭐댈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통 ‘이성적이다’라고 하는 표현은 ‘감정적이다’의 반대말로 쓰이고 있으며 냉정하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뜻한다. 물론 최근에는 이성과 감성의 연결고리에 초점을 맞추는 철학적 견지도 있긴 하다. 일반적으로 ‘한 개인이 이성적이다’라고 하면 도덕 공과와 관계없이 어떤 일을 대처함에 있어 감정이 앞서지 않음을 뜻한다.

이번 COVID-19를 겪으면서 우리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차분하면서도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잇다. 과연 정말 우리는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인가? 불과 5년전 메르스 사태를 잠깐 돌이켜 보자. 메르스라는 감염병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접근보다는 맹목적인 무서움으로 우리는 이 병을 대처하지 않았는가?

우리의 이성적 수준을 잘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연관 검색어인데 특정 포털사이트에서 한글로 ‘메르스’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메르스병원’, ‘메르스 의사’ 등 질환의 객관적인 정보를 알고자 하는 검색어와는 동 떨어진 연관검색어가 등장하였다. 반대로 검색국가를 국외로 하고 영어로 영어로‘mers’를 치면 연관검색어로‘mers diagnosis’,‘mers treatment’ 등 질환의 객관적인 정보를 알고자 하는 검색어가 등장했던 것을 저자는 뚜렷이 기억한다.

불과 10년 전 필자가 공중보건의사로 지방에서 근무하였을 때 국제결혼을 하신 남성분들이 외국 부인의 질환에 대하여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그 남성분들 입에서 나온, “이 여성은 자기가 돈주고 사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이사람 때문에 든쓸 이유가 없다”라는 언급한 내용 이 아직도 내 귀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동안, 그리고 5년 동안, 우리는 정말 빠르게 이성적으로 변하였고 스스로 코로나 방역 모범국의 이성적인 시민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필자는 약간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COVID19를 우리 모두 이성 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나라의 COVID19의 극복과정에서 우리보다 잘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하루에 50명 이상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거리에서 마치 COVID19 사태가 끝난 것처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목격된다.

단순히 사재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성적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높은 수준의 자가격리를 위해서는 어쩌면 어느 정도의 사재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이렇게 이성적이지는 않더라도 과거 메르스 때처럼 맹목적인 두려운 감정을 가지지 않고 COVID19에 대해서 안도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의료의 접근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COVID19에 감염이 되더라도 병원에서 쉽게 치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지역거점병원의 활성화, 중증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변화, 비대면 진료의 활성화 및 공공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의료인의 양성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체계의 변화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의료체계의 변화 중심에 의료인은 물론 일반시민도 중심이 되어야 하며 일반 시민의 이성적인 행동방식이 수반되어야 COVID19이후의 변화하는 의료체계에서 효과적인 질병관리가 수행되어 이 고령화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의료인이 늘어나고 의료체계가 바뀐다 하더라고 환자의 질환에 대한 비이성적인 접근 방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러한 변화는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환자의 비이성적인 질환에 대한 접근을 의사가 일일이 교육하면서 진료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진료환경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의료지식의 접근이 전문성이라는 진입장벽이 높고 어려운 면이 있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면 최근에는 객관적인 의학정보가 많이 노출됨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본인의 몸이 걱정되고 가족의 건강이 걱정되는 마음에 우리는 우리의 우수한 의료의 접근성을 오용해 왔다.

COVID19 이후에 의료영역에서의 많은 변화가 필연적으로 예상되지만 아쉬운 것은 변화의 과정에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일반 시민의 질환에 대한 이성적인 변화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이다. 의료의 접근성이 좋은 선진국 중 대표적인 나라인 독일을 가보아도 우리처럼 병원에 환자가 분주한 경우가 많지 않다. 그들의 눈에는 중증이 아닌 환자가 쇼핑하듯이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고, 가벼운 질환으로 약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 수시로 방문하며, 무리를 지어 환자를 위로한다는 생각에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참으로 비이성적인 일일 것이다.

이번 COVID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일반 시민들도 과연 우리는 모범 방역국의 주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성적인지, 다른 나라의 방역을 색안경을 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질환에 접근해 왔는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의료인이 행하는 의료의 가치가 얼마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게 간주되어 왔는지 깨닫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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