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치료에 최근 많이 사용하는 비(非) 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NOAC)가 미세혈관 질환인 망막혈관폐쇄의 위험을 낮추지는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정유리, 박범희, 박세준 교수

아주대병원 안과 정유리·의료정보학과 박범희 교수와 강릉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세준 교수팀이 2015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심방세동 환자 12만1187명을 대상으로,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와파린(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 사용자와 비 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 사용자로 나눠, 망막혈관폐쇄 및 안구내 출혈의 위험성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3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게재됐다.

와파린은 기존에 혈전으로 인한 위험성을 낮춰준다고 알려졌으나, 음식이나 다른 약제에 영향을 많이 받고, 약제의 효과가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비 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는 와파린의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면서 뇌졸중 등과 같은 혈전 질환의 위험성을 낮출 뿐만 아니라, 출혈 가능성도 낮춘다는 연구들이 있어 최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망막혈관폐쇄에선 다르다. 이번 연구결과 비 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한 환자가 기존의 와파린을 복용한 환자에 비해, 망막혈관폐쇄의 위험은 약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망막혈관 중 정맥폐쇄 위험이 유의하게 약 1.7배 높았다. 동맥폐쇄 위험은 약 1.4배 높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반면 안구내 출혈 위험성은 기존의 연구결과와 비슷하게 낮췄다.

망막혈관폐쇄는 안구 내 망막 혈관(동맥 또는 정맥)이 막히는 질환으로, 망막 혈관은 뇌, 심장의 혈관과 달리 그 크기가 매우 작은 혈관으로 혈관폐쇄 발생 시 다른 큰 혈관처럼 시술로 재관류 시키기가 어렵다.

아주대병원 안과 정유리 교수는 “아직까지 임상에서 망막혈관폐쇄가 발생했을 때 출혈 위험은 낮게 유지하면서 적용할 수 있는 항응고제 사용에 대한 명확한 치료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라며, “망막혈관폐쇄와 안구내 출혈의 위험도를 비교해 결국 각 환자마다 보다 적합한 항응고제 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릉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세준 교수는 “안구내 출혈의 위험성을 줄이고, 복용의 편의성 때문에 비 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가 기존의 와파린을 점차 대체하고 있지만, 원인이나 원리가 명확하지 않은 미세 혈관질환에서 비 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가 올바른 약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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