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정임 교수

134개에 달하는 피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팀(공동연구자: 아이피부과 한승석 원장, 아산병원 피부과 장성은 교수, 전남대병원 영상의학과 박일우 교수)은 피부질환 진단 인공지능 개발 연구결과를 국제 피부연구학회지 JID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9일 밝혔다.

100개가 넘는 피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AI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말 글로벌 기업 G사에서 개발한 피부질환 진단 AI도 26개 질환군을 분류하는데 그쳤다. 국내 AI 기술 경쟁력이 선두 그룹에 뒤쳐져 있는 상황에서, 피부질환 연구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세계적 수준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진단 AI는 제한된 질환 몇 가지에만 사용할 수 있고, 피부종양의 악성 여부 파악 등 단순 분류에만 그쳐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피부종양의 양성과 악성을 구별하도록 훈련받은 AI에게 아토피 피부염 사진을 보여주면 악성질환으로 오진하게 된다. 비의료인도 쉽게 구별 가능한 질환이라 할지라도 직접 훈련받지 않은 경우 판별에 실패하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나 교수팀은 합성곱 신경망(CNN)이라는 특화된 알고리즘을 활용해 22만장에 달하는 아시아인 및 서양인의 피부병변 사진을 학습시켰다. 개발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델은 피부과 전문의에는 못미치지만 레지던트와 동등한 수준으로 피부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항생제 처방 같은 일차적 치료 방법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134개의 피부질환을 분류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피부과 레지던트 26명과 전문의 21명이 3,501개의 사진 데이터 진단 테스트 결과, 단독으로 진단했을 때의 민감도는 77.4%였으나 AI의 도움을 받아 판독했을 때는 86.8%로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또한 비의료인 23명을 대상으로 암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제시한 후 피부암을 감별하게 해본 결과, 처음에는 민감도가 47.6%에 불과했지만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는 87.5%로 크게 상승했다. 비의료인과 의료진의 피부암 진단 특이도 역시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 약 1%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AI가 의사의 진단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으며, 비의료인이 AI의 도움을 받을 경우 피부암을 2배 가량 더 잘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한편 의사, AI, AI의 도움을 받은 의사 중 AI의 보조를 받은 의사가 가장 진단 능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진이 AI의 조력을 받는 것이 피부질환을 진단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나 교수는 “AI의 정확성은 사진의 초점, 구도 등에 따라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인간의 지성이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 의료진은 AI의 도움을 받아 피부질환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면서, “향후 의료계에서 AI와 의사는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통해 의사의 진단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이러한 알고리즘이 상용화된다면 일반인들이 특별한 장비 없이도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피부암을 검진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피부과에 조기에 내원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번에 개발된 프로그램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테스트해보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http://modelderm.com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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