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스마트 헬스케어의 미래를 보기 위해 지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찾았다.

CES는 초기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산업화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마치 공상과학영화를 미리 본 느낌이라고 할까.

마땅한 항공편이 없어 하와이를 거쳐 도착한 메케런 공항까지의 긴 여정 끝에 도착한 라스베이거스는 볼 때마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만들어진 화려한 인공도시에 전 세계의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선의로 경쟁을 하는 모습은 인종의 용광로라고 하는 미국의 특징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같은 살색을 가진 우리’만 아는 어느 내수용 한국의사로서는 신선한 문화적 자극이 아닐 수 없다.

   
 

1967년 작은 가전제품 전시회로 시작한 CES는 축구장 33개(29만㎥·약 8만7000평)의 공간에서 5G 이동통신과 전기/자율주행차량,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총망라하는 기술전시회로 성장했다.

4500개 기업 17만5000명 참가 … 한국스타트업 179개사 선보여

2020년 CES에는 4500여개의 기업과 17만 5000여명의 기업인, 각종 미디어, 정부 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스타트업 전용 전시관인 유레파파크에 50여개국 1200여개사가 참가했는데, 이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은 179개사로 미국(320개) 프랑스(207개)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작년에 미국 CES를 온통 다 차지하다시피 했던 중국이 올해는 무역 분쟁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의 집 잔치 보는 듯 하는 느낌을 받았다.

   
 

관람을 하면서 느낀 몇가지 트랜드는 일단 가전과 컴퓨터가 융합되는 등 제품간 융합과 더불어 업종간 구분도 소멸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는 자동차 솔루션 ‘알렉사 오토‘로 자동차업계를 공략하고, 현대자동차는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모델인 ‘S-A1’를 시작으로 미국 차량공유업체 에어택시와 손잡고 "도심 항공이동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한다. 소비자 가전의 대명사인 소니는 스포츠카 같은 전기·자율주행 콘셉트카 ‘비전-S’를 공개했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업종은 중요하지 않을 뿐더러 이상하게 볼 분위기도 아닌 세상이 되었다.

이미 이들의 관심사는 사람이 운전할 필요 없는 자율주행 시대에 그 여유를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승객 경제’로 옮겨와 있으며, 그 산업규모는 2050년까지 7조달러(약 817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완전자율주행차를 체험해보지도 못했는데 그 이후를 예상하고 사업을 한다니 황당하기도 하지만 조만간 현실이 될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CES를 주관하는 CTA(미국소비자기술협회) 샤피로 회장은 "전세계적인 고령화 시대에는 건강장수가 가장 중요하고, 이들은 본인의 의지하에 건강을 관리하기 원하므로 디지털 헬스케어는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가전박람회에 다소 이질적일 듯한 헬스케어는 어느덧 핵심분야가 되었으며, 이는 그만큼 많은 기업들이 헬스케어 분야에 참여하려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 분야로 떠오른 ‘헬스케어’
실제로 CES에는 고령화 사회를 도와주는 각종 측정센서와 케어솔루션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CES 혁신상을 받은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엑소시스템즈는 관절에 붙여 근육을 강화하는 웨어러블 제품으로, 네오펙트는 하지 재활 훈련기기 ‘스마트 밸런스’로, 웰트는 세계 최초 낙상 예방 기능을 구현해 추가한 ‘스마트 벨트 Pro’로 혁신상을 수상하였다.

   
 

헬스케어에 관한한 가장 혁신하기 어려운 한국에서 사업하는 벤쳐기업들이 CES의 혁신상을 대량으로 수상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죽지 않을 만큼의 고난은 신의 축복’이라는 문구가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디지털 치료(Digital Therapeutics, DTx)’라는 영역이 CES 5대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주목받는 분야라 하는데, 생소한 개념인 이 디지털 치료는 앱, 게임, 가상현실(VR) 등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말하며, 촉이 빠른 한국의 몇몇 스타트업들은 이미 치료제 개발을 시작하였다.

디지털 치료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미국 기업인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와 ‘아킬리 인터렉티브(Akili Interactive)’로 몇 개의 디지털 치료제는 이미 FDA의 승인을 받았거나 심사 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의료를 포함한 헬스케어 사업은 상대적으로 사업이윤이 적고 안전을 위한 많은 규제로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매우 보수적인 분야이다. 미국에서는 5G에 의해 의학 교육과 수련, 원격 로봇 수술, 의무기록의 혁신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이러한 기술들이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활용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상상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은 이미 대부분 개발되어 있다. 우리가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을 뿐. 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그러한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과 개방성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사회 한국 의료의 모습은
각종 바이오, IoT 센서와 이를 연결하는 고속통신망과 클라우드 시스템, 이를 분석하는 인공지능망과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여러 형태의 로봇이 상용화되는 눈앞으로 다가온 미래사회에서 우리의 의료는 어떤 모습으로 적응과 발전을 해야 할까.

▲ 김철준 원장

이 모든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융합된 스마트 의학을 이제 우리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는데 이렇게 날로 눈부시게 발달하는 전자 IT산업계의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지 기대와 고민이 깊어지는 라스베이거스 여정이었다.

PS. 자료의 정확성을 위해 일부 기사를 참조하였으며, 국내 의료 환경에 대한 부분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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