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롱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

디지털헬스케어는 유전체 분석, 개인건강기록, 병원정보시스템, 사물인터넷, 웨어러블을 통해 생산된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맞춤형 예방, 치료 방법을 환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건강지표를 개선하고 의료 비용을 줄이는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미래의료는 디지털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증상과 징후가 나타나야 환자에게 개입하는 치료 중심 체계에서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사전에 분석하여 환자에게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예방 중심, 개인맞춤형 의료 체계로 변화될 것이다.

삼정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의료 빅데이터 활용만으로 전세계 의료비용을 연간 최대 190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골드만삭스는 디지털헬스케어를 통한 의료혁명이 일어나면 미국의 연간 의료비 지출 중 30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의료의 패러다임 전환은 국가적으로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디지털헬스케어를 기반으로 하는 건강관련 산업을 육성하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 문제를 해결하면서,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게 된다. 건강관련 산업이 국가경제 성장을 이끄는 ‘건강기반경제’가 도래될 것이다.

디지털헬스케어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무엇일까? 3차 산업혁명을 이끈 반도체는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디지털헬스케어의 ‘쌀’ 은 빅데이터이다. 환자 개개인의 헬스케어 빅데이터는 인공지능에 의해 실시간으로 분석된다. 분석결과는 질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분자 생물학적 원인에 따른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자료로 사용된다.

예컨대, 모든 암환자들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받게 되며, 유전자 분석결과는 다른 빅데이터와 결합되어 분석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암환자들은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항암제로 치료받게 되어 항암제로 인한 부작용도 감소하고, 치료 효과도 개선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모으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애플은 2018년 초부터 120여개 이상의 미국 유수의 병원들과 협력하여 환자의 병원진료기록을 애플 헬스 앱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2억명 이상의 환자를 보유중인 미국 보훈 병원과도 계약하여 애플 기기 사용자의 건강 기록을 통합하여 관리하고자 한다. IBM과 구글도 병원정보시스템 데이터를 분석하여 다양한 진단, 예측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의료와 환자 경험의 질을 높이는데 매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9년말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040년에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로 인한 진료비 증가율도 2016년 기준으로 암 174%, 뇌혈관질환 240%, 심장질환 217%, 당뇨병 398% 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한 건강보험 적자규모도 2014년 3조 3600억원에서 2030년에는 48조 8000억원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헬스케어 없이는 십 수년 후 당면할 고령화로 인한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용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이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업종별 빅데이터 활용 현황을 조사한 ‘2018 데이터산업 현황 조사’에 따르면, 90%에 이르는 기관과 기업이 여전히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분야의 빅데이터 도입율은 4.5% 로 타 산업군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법, 제도적 한계가 반영된 결과이다. 비식별화된 헬스케어 빅데이터라고 하더라도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인해 데이터의 2차적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각 정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 헬스케어 빅데이터도 병원정보시스템 데이터나, 개인건강기록 데이터와 통합하여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희망적인 점은 월드와이드웹 재단이 2017년 발표한 전 세계 공공 데이터 평가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캐나다, 영국, 호주에 이어 전체 4위를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병원정보시스템 보급률이 90%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와 같은 이점을 활용하여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려면, 정부 주도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 헬스케어 빅데이터와 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연계하여 활용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용에 관련된 법, 제도를 동시에 정비해야 하며, 디지털헬스케어 제품이나 기기의 인허가를 위한 프로세스를 정비하여 제품기획에서 시장출시까지의 시간이 필요 없이 지체되는 일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헬스케어 빅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도 필수 과제이다. 융복합 연구를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의학, 데이터과학을 두루 섭렵한 융합형 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5월에 의료기관들이 미래의료기술 연구와 기술 사업화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도록 병원을 생태계 혁신거점으로 육성하면서, 바이오헬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지금도 세계 의료는 디지털헬스케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강력하고 포괄적인 정책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