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의료근거연구본부장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빅데이터라는 정보의 바다가 하루에도 수백만 개씩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 전반을 데이터 중심 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중요한 화두인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의 새로운 방법으로  의료기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 하기 위한  실제임상데이터(real world data, RWD)를 이용한 실제임상근거(real world evidence, RWE)를 기반으로 환자를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치료하고자하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 되고 있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기술의 사용은 국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기본적인 국가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효과성은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하여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임상연구들은 제한된 환경 하에서 수행되어 그 결과가 제한 적이다. 실제 임상시험에서 효과성이 증명된 의약품의 경우에서 실제의 사용에서는 그 효과성이 제한적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 등이 나타난다.

이것의 원인은 임상시험 대상자에 비하여 실제 사용에 있어서 훨씬 다양한 환자들에서 의약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임상시험의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 RWE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RWE가 근본적으로 임상시험을 대신할 수는 없으나 상호 보안적으로 사용 될 수 있다. 윤리적 문제로 임상시험이 어렵거나 희귀질환 등에서는 꼭 필요한 연구방법이다. 이러한 RWE 생태계의 조성을 위하여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빅데이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청구자료와 병원 전자의무기록자료(electronic medical records, EMR)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이 이 두 가지 자료는 RWD로서 세계적으로도 그 우수성이 인정 받고 있다. 전체의료 기관의 약 92%가 EMR을 사용하고 전국민의 의료 정보가 보험 청구자료의 형태로 저장되고 있다.

이는 전국민의 건강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임상연구자료로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한계가 있다. EMR의 경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상 환자를 원하는 어느 의료기관든 방문할 수 있고 각 의료기관은 각자의 EMR를 기록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EMR기록은 함부로 외부로 반출 될 수 없도록 의료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한 의료기관에서 EMR자료를 이용한 임상연구를 하는 경우 그 의료기관의 자료만을 이용할 수 있어 연구대상자의 극히 일부 EMR만을 이용할 수 있다.

보험 청구자료의 경우는 우리나라 전 의료기관의 자료를 활용 할 수는 있지만 의료기관에서 보험급여를 신청하기 위하여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연구자들이 활용가능한 범위에서 제공되는 자료이기 때문에 간략한 진단 정보와 의약품 사용정보 및 의료비 정도만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EMR의 경우 환자가 한 의료기관에 방문한 기록만을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의 건강사태를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보험 청구자료의 경우에는 환자의 질환의 중증도 및 검사 기록 등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분절된 RWD를 좀 더 완결성 있는 자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자료를 연계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임상연구를 위한 의료자료의 개인정보의 보호 및 환자릐 권리 보호 등을 고려해야 하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많은 이슈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구용 임상자료의 연계가 가능한 국가로 영국을 예를 들 수 있다. 영국의 경우는 영국 보건국(national health service, NHS)에서 주도하여 NHS digital이라는 임상자료 연계를 위한 국가 기관을 설립하여 전국민의 의료 정보를 여러 단계의 보안 단계를 두고 학계, 정부, 국민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관리 감독 하에서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정보의 연계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먼저 법적으로 의료정보를 연계하는 것인 많은 장벽이 있다. 개인 정보 및 의료정보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등에서 의료정보를 연계를 막고 있다.

현재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연구를 위하여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제26조하에서 국가기관과 국공립의료기관의 의료정보를 연구의 목적으로 연계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로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또한 극히 일부로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약 3% 정도의 의료기관자료만을 활용할 수 있고 NECA내부 정책 및 공익연구에 한해서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없다.

시민·소비자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와 개인 권리의 침해에 대한 염려 또한 하나의 큰 장벽이다. 시민ㆍ소비자의 이러한 우려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환자의 정보를 활용하겠다는 것에 대한 우려로 환자 정보의 기술적인 보호와 함께 제도적인 보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와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더 적극적인 제도 정비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9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통하였다. 이 플랫폼은 이미 연구자들에서 개방되어 사용되고 있는 4개 공공기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의 연구용 자료를 서로 연계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구자료로 만들어 공익적인 임상연구에서 사용가능하도록 하는 시범사업이다.

이 시범사업은 정부, 학계, 시민, 소비자 단체가 참여하는 정책심의위원회의 관리 감독을 받는 사업으로 이 사업을 통하여 우리나라에서 임상연구자료의 연계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을 확인하고 그 해결책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연구는 시대의 요구이고 회피할 수 없는 숙제이다. 그러나 보건 의료 분야 정보의 민감성으로 인하여 그 어느 분야보다도 활용과 보호의 대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 의료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에 대한 관심과 시도가 증가 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임상자료 활용에 대한 공익과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를 조화로운 균형을 해결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해결방안의 한 방법으로 먼저 정부는 국민이 개인정보 유출이나 권리의 침해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 안심할 수 있는 법 및 제도를 정비하고 연구자들은 자신의 학술적인 호기심이 아닌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연구의 결과가 돌아갈 수 있는 공익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의료정보 활용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IT기술과 이미 가지고 있는 방대한 의료정보를 이용하여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룰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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