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RI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영상의학과의사들은 'MRI처방'을 하지 못한다.<자료사진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비급여를 급여로 돌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문 케어’가 ‘속도전’으로 인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MRI의 경우 의사의 판단에 의해 검사가 가능토록 했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급하게 진행, ‘건보재정 누수’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다.

본지가 확보한 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의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의 MRI 처방’에 대한 이메일 서신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MRI, CT 장비를 소유하고 있을 때에는 직접 처방을 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병원 신경과 Bob Fisher 교수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법적으로는 MRI 처방을 할 수 있지만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은 보험회사가 MRI 검사 필요 여부에 대해 임상의사로부터 판단받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로 인해 직접 MRI 처방을 내지 못하게 하는 Stark법이 있어서다. 이 법을 어기면 벌금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와 호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규정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규정이 전혀 없다. 불필요한 보험재정 낭비 가능성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두통 환자에서 뇌 MRI가 필요한지 여부는 두통 환자의 진료에 대해 수련을 받고 진료하고 있는 신경과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 심장, 암 등도 MRI가 필요한지 여부는 그 병에 대해 배우고 진료하고 있는 내과 등 임상의사가 판단, 처방한다.

경도인지장애의 경우에도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한번 MRI를 해보자고 할 수 있고, 그러면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고 재정도 지출된다.

삼성서울병원 홍승봉 교수는 “너무 급격한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로 인해 급여 처방시 필요한 조건, 규정의 보완없이 진행되고 있어 보험재정 낭비가 심각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다른 중증 질환자들의 치료비가 삭감당하고, 국민 보험료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인구 100만명 당 29.1대의 MRI를 보유, OECD 평균 16.8대 보다 12대 이상 많다.

이 같이 많은 의료장비 보유는 병원의 위상확보와 함께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과잉‧중복 투자, 불필요한 진료와 입원, 방사선 피폭, 건보재정 과다지출, 국민의료비 상승 등의 우려도 안고 있다.

처방 증가는 현실화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뇌·뇌혈관 MRI의 경우 건보 적용이 시작된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건보 적용 전 6개월간 MRI 촬영 총횟수는 73만건이었지만 건보 적용 후 6개월간은 149만 5000건으로 2.05배 급증했다. 이 기간 촬영 환자 수도 48만 4000명에서 79만명으로 1.63배 늘었고 진료비는 1995억원에서 4143억원으로 2.08배 증가했다.

종합병원 영상의학과의 경우 중재술 등에서의 확인과정을 제외하고 사실상 MRI처방은 없는 편이다. 건보적용후 의원급 촬영 횟수는 225%, 병원급은 139% 늘어났다.

제도적으로 막혀있던 것이 풀렸다는 다행스러움도 있지만 철저한 준비 부족으로 재정 누수도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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