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8년 3월 4일.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창립됐다. 이 행사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 날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금연운동이 시작된 시발점이 됐다.

당시 국가가 전매청에서 담배를 팔던 시절이었고,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지 못했고 성인 남자 흡연율이 80%에 이르렀다. 금연구역이 없어 모든 버스와 기차와 비행기 안에서 흡연을 했으며, 모든 실내 공간에서도 흡연이 가능했다.

음식점에서도 식사가 끝나면 흡연자들은 담배를 꺼내 물고 담배를 피웠다. 간접흡연의 해로움에 대해서는 아예 개념조차 없어서 교사들은 어린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 의사들도 병원에서, 아버지들은 자녀와 아내가 있는 안방에서 흡연을 했지만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암담한 현실 속에서 ‘담배없는 세상’이라는 멀고 먼 목표를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사무실도 없고, 재원도 하나 없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달려왔다.

30년이 지난 현재 전매청은 사라졌고, 성인남성 흡연율은 약 40%로 낮아졌다. 또한 간접흡연의 피해를 참고 있을 비흡연자도 없게 되었고 실내에서의 흡연은 점차 야만적인 행동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버스, 기차, 비행기에서 흡연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으며 모든 음식점이 완전 금연구역으로 변했다. 실외공간이라 하더라도 버스정류장을 비롯해서 공원이나, 혼잡한 길거리를 비롯해서 금연구역으로 선포되는 공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제 흡연자들은 왜 우리를 죄인 취급하느냐고 볼 멘 소리를 하고 있고, 담배를 마음대로 필 곳조차 없다고 하소연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내용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됐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30년사’. 이 책은 지난 30년간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가능했던지를 보여주는 역사책이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화보는 거리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정부·학교·병원·국회·법원 등을 찾아다니며 발로 쓴 역사의 흔적이다. 시기별 역사에서는 각 시기의 중요한 금연운동 의제들을 정리했으며, 주제별 역사 부분에서는 금연운동과 정책의 중요 쟁점들, 그에 관련된 협의회의 활동들을 돌아보았다. 부록에서는 각종 성명서, 금운협 연혁, 자료 개발, 강연회·공청회 목록 등을 항목별로 정리했다. 금운협 초대 회장인 김일순 박사의 특별기고 ‘나의 금연운동 회고’는 담배 소송에서 드러난 법조인들의 한계를 생생히 묘사하고 있어 재미와 의미가 모두 크다.

금연운동협위회는 “이 책은 1988년 이후 쉼 없이 ‘흡연과의 전쟁’을 벌여온 장장 470페이지에 달하는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30년 전사(戰史)다. 담배 없는 세상이 저 너머에 보인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남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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