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아 교수가 방은주 씨를 진료하고 있다.<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O…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앞이 캄캄해졌다. 아무리 힘을 줘 가슴을 부풀려 보아도 굳어버린 몸은 움직임을 거부했다. 뻐근한 가슴, 흐릿해져 가는 의식 사이로 위급하다고 외치는 소리들과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들, 그리고 울먹이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어릴 때부터 희귀 근육병을 앓아왔던 방은주(43)·방은정(41) 자매는 둘이자 하나였고 서로에게 전부였다. 언니 은주 씨의 상태가 위독해져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실려 오던 날, 은정 씨는 다른 이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의 몸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의식이 흐릿해져 가는 언니의 손도 잡아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억울한 눈물이 터졌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중증 호흡부전 환자에게 기관절개 없이 호흡보조를 할 수 있는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치료를 1000번째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1000번째의 주인공은 방은주·은정 씨 자매. 지난 9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근육병으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인해 호흡마비가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필요할 때만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면서 호흡마비 걱정 없이 예전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했고 18일 퇴원했다.

재활의학과 최원아 교수는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적용 1000례의 기록은 알려진 문헌상으로는 단일 기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호흡재활 치료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난도 폐이식 등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할 수 있다.

그동안 호흡재활 1000례의 치료를 통해 근육 질환 480례, 루게릭 병 281례, 척수성 근위축증 46례, 척수손상 94례, 기타질환 99례의 환자가 새로운 삶을 찾았다.

호흡보조가 필요한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기관절개를 시행한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는 침습적 방법이다. 말하기, 먹기 등에 장애를 받게 되고, 호흡기계 감염의 원인이 되는 등 부작용 및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비침습적 인공호흡기는 기관절개나 기도삽관을 하지 않고 호흡을 보조하는 방법이다. 이동용 소형 인공호흡기를 사용해 일상 활동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침습적 인공호흡기의 부작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고 호흡기계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횟수와 기간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도절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환자가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의 심리적 부담 및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최원아 교수는 “이 방법은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명 또한 상당 기간 연장시킨 것으로 평가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적용이 보편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호흡 재활 도구가 개발됐고 정부의 재정 보조도 이뤄지면서 비침습적 인공호흡기 사용이 용이해진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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