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선 교수

부작용 없는 항암제가 있을 수 있나?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러한 과제에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항암제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손상하는 세포 수준의 기작을 밝혀, 궁극적으로 부작용을 줄인 항암제를 개발할 단초를 우리나라 연구팀이 찾아낸 것이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의생명과학과 이용선·김인후 교수팀이 그 주인공으로, 이 팀은 nc886이라는 비번역 RNA를 통해 항암제가 세포를 사멸하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리를 규명했다.

항암화학요법은 일반적인 암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데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손상을 주기 때문에 환자들은 탈모나 혈구세포가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에 시달린다.

항암제는 DNA에 손상을 주는 화합물이다. 이러한 화합물은 활발하게 분열해서 DNA 복제가 필요한 암세포뿐 아니라, 모공세포나 피부(점막)세포와 같이 지속적으로 분열하는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분열하지 않는 정상세포에까지 손상을 미치는데 지금까지 그 기전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nc886이라는 비번역 RNA임을 밝혔다. 항암제는 nc886의 발현을 단시간에 감소시키고, 그 결과 PKR이라는 단백질이 활성화된다. 이렇게 활성화된 PKR은 세포 내 다른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면서 세포증식을 막고 결국 세포를 사멸시킨다.

▲ 항암제 처리 시, 정상세포에서 비번역 RNA(nc886)가 감소하고, 그에 따라 PKR이 활성화되면서 세포사멸이 유도된다. 이로 인해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손상이 되면서 항암제 부작용이 발생한다.

nc886과 PKR의 기작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 기작이 저해되면 정상세포는 항암제에 의한 손상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nc886의 발현을 조절해 정상세포에서 화학요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nc886의 발현양에 따라 약제의 처리농도나 시간을 맞추면 정상세포의 손상 없이 암세포의 사멸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책임 저자인 이용선 교수는 “항암제가 분열 속도가 빠른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이 사실만으로는 암 치료제의 부작용을 줄이지 못했다”면서 “이번 연구성과는 nc886의 발현을 조절해 기존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을 크게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 4월5일자로 게재됐으며, 진단 및 치료를 위한 물질로서 국내 및 PCT특허를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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