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율리 교수

[김율리 서울백병원 교수, '성격장애‘ 분야 아시아 대표로 개정위원 참여]

성격장애 진단기준이 30년 만에 바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ICD) 제11판(ICD-11)에서 ‘성격장애’ 진단기준을 오는 2022년부터 전 세계 회원국을 대상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 1990년 제10판(ICD-10) 개정 승인 이래 30여 년 만에 개정되는 것이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시아권 대표자로 이번 성격장애 진단 개정에 참여했으며 국내 현장연구 결과를 개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임상심리학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학술지인 ‘연간임상심리학리뷰‘ 2019년도 최신판에서 김율리 교수를 포함한 WHO 성격장애 개정실무그룹은 'ICD-11 성격장애 진단분류의 변화'에서 개정과정을 밝혔다.

지금까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만 성격장애 초발 진단이 가능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발병연령 제한이 유연해져 청소년부터 중장년과 노년층까지도 성격장애 초발 진단이 가능하게 됐다.

또 성격을 기존 범주형 대신 차원적으로 분류하고 성격형태를 부정적 정동(감정, 정서, negative affectivity), 강박(anankastic), 고립(detachment), 반사회성(dissociality), 탈억제(disinhibition)의 5가지로 분류했다. 모든 성격 체계에서 진단의 심각도를 도입했다.

김율리 교수는 “이번 개정은 그간의 성격심리학의 일관된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성격장애가 정상과 비정상의 연속선상에 존재하는 단일 차원으로 구성되며 모든 성격의 가장 고차원의 특질을 장애의 심각도로 반영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개정에는 진단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미한 성격 문제를 보이는 경우, ‘성격곤란(personality difficulty)’ 이라는 하위증후군으로 새롭게 포함했다.

성격장애는 밀접한 대인관계가 특징인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특히 중요성이 부각되는 정신질환이다. 2010년도 WHO의 조사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성격장애 유병률은 7%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개정한 ICD-11은 국제질병분류의 성격장애 진단분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나타내고 있어 세계 의학계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김율리 교수는 "국제질병분류(ICD-11)는 지구 곳곳에서 정신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이들도 사용이 용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WHO의 개정 목적 중 하나다"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류를 제공하고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모든 분야의 실무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율리 교수는 또 “만약 누군가 ‘심각’ 수준의 성격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면, 이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국내 보건의료체계에서도 성격장애 진단기준 변화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정책적 준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개정판은 2019년 5월 WHO 총회 승인 후 2022년 1월 1일부터 WHO 소속 194개 회원국에 발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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