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수 교수 |
부부간 폭력이 우울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남성은 큰 영향이 없었지만 여성의 경우 그 위험이 약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성별에 따른 큰 차이가 확인됐다.
고려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한규만 교수팀은 한국복지패널조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부부간폭력이 우울증상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기혼남녀 9,217명을 조사했다.
이들 중 전년도에 우울증상이 없다가 우울증상이 나타난 1,003명을 조사한 결과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을 일방적으로 당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우울증 발생위험이 1.96배 높았다.
또 양방향성 언어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우울증 발생위험이 1.4배 높았다. 반면, 남성은 폭력의 언어나 피해 및 가해 경험이 우울증상의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아 성별에 따른 큰 차이가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ISAD) 공식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게재됐다.
고려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혼여성이 남성에 비해 언어적, 신체적 폭력으로 인한 우울증상 발생 위험에서 더 높은 취약성을 가졌다"며 "특히 언어폭력의 경우 배우자로부터 폭언을 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폭언의 가해자가 되는 경험 역시 정신건강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기혼남녀에서 60세 이상의 고령, 저학력층, 낮은 소득, 경제활동 여부, 만성질환, 과도한 음주, 가족 구성원 간 관계 불만족, 아동 및 청소년기에 부모의 이혼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 역경을 경험한 경우에 우울증 발생위험이 올라간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여성은 가족 구성원 간 대인관계 만족도가 낮을 때, 언어적 폭력경험을 경험할 확률이 늘어나며 이것이 다시 우울증 발생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한창수 교수는 "기혼 여성에서 가족 구성원 간 대인관계의 불만족이 언어적 폭력의 위험을 증가시켜 다시 우울증 발생 위험을 올리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며 "가까운 가족일수록 더 큰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하며 서로 배려하는 것만으로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