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이 낮을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특히 최적 혈압을 기준으로 혈압이 너무 낮은 것도 위험하다는 기존 ‘U-Curve’나 ‘J-Curve’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 강시혁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전공의 최유정 등)은 15일 “혈압과 심혈관 질환 발생이 양의 상관관계에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12월호에 게재됐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의 수는 약 1100만 명. 우리나라 기준에 따라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으로 진단된 경우의 통계인데, 2017년 미국심장학회에서 130/80mmHg로 낮춘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률은 무려 50%에 이른다.

강 교수팀은 40세 이상에서 시행되는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수검자 중 심혈관계 질환 과거력과 항고혈압제 사용이 없었던 29만 600명을 평균(중간값) 6.7년 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혈압과 심혈관계질환 발생의 관계를 연구, 발표했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가 가장 낮은 이른바 ‘최적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90~99mmHg, 이완기 혈압이 40~49mmHg인 경우였으나, 이보다 낮은 혈압을 가진 인구의 비율이 0.22%에 지나지 않아 사실상 거의 모든 인구에서 혈압을 낮추는 것이 심혈관계 예방에 좋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강시혁 교수는 “약물치료를 통해 인위적으로 혈압을 과하게 낮추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 대부분에서 혈압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며, “소금 섭취를 줄이고 담배는 끊으며 체중을 관리하고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 등이 혈압 관리를 위한 대표적 건강 행동으로, 이러한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낮추는 혈압에는 하한선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집계된 결과를 바탕으로 혈압을 통해 향후 10년간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도를 예측했다. 이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은 증가할수록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비례해 커졌지만 이완기 혈압은 동일한 수축기 혈압에서 낮을수록 오히려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성별과 연령에 따라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데 서로 가중치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고령의 고혈압 환자는 고혈압을 오래 앓아 혈관이 경직되면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되고 이런 변화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반면, 젊은 층에서는 수축기 혈압은 높지 않고 이완기 혈압만 높은 경우도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강시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고령층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인 경우, 청년층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이고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 등 고혈압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는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건강검진 후 상담 권고를 받는 경우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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