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희 과장

산재환자의 직업복귀를 위한 직업재활 프로그램

최근 산재환자를 위한 재활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두 가지 이슈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산재환자의 70-80%가 근골격계질환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수가 때문에 재활 치료가 제한적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산재환자의 궁극적인 목적이 직업복귀이지만 최근까지 직업과는 무관한 치료가 이루어져 왔다는 점입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소속병원에는 의료재활, 직업재활, 사회심리재활 등 산재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직업복귀 프로그램(Return to work program)’은 의료재활과 직업재활을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하겠습니다. 직업복귀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운영되고 있는데, ‘작업능력 평가(Functional capacity evaluation; FCE)’와 ‘작업능력 강화(Work hardening; WH)’가 그것입니다.

작업능력 평가(이하 FCE)는 환자가 가진 장해나 기능상의 제한이 직장에서 노동자에게 요구되는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장해 또는 기능저하로 인해 노동자가 직장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부분이 발생 할 경우 이것을 ‘직무상의 장애(occupational disability)’라고 하는데 FCE는 이 부분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FCE가 직업복귀여부 뿐 아니라 재활 목표 설정, 장애 판정이나 고용 전 배치를 위한 평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우리는 직업복귀를 할 수 있는 지 여부를 평가하는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FCE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직업복귀 시점에 대하여 진단명이나 환자 상태, 환자 인터뷰 등을 기반으로 ‘이 정도면 직업을 가져도 좋다’라고 하는 의사의 직관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FCE가 개발되었으며, 이후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서구사회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객관적이고 일관적이고 정확하며 안전한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FCE는 직무에서 요구하는 동작과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환자가 가진 최대능력(maximum ability)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직무수행능력(task performance)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작업 시뮬레이션을 이용해서 직업에 복귀할 준비가 됐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데, 직무분석(job analysis)을 통한 직무기술(job description)에 근거합니다. 직무기술에는 직무 이름, 직무 기능, 수단, 설비, 필수 작업, 작업 성격, 노동시간, 작업의 신체적 요구 등이 포함되는데, 그 중에서도 작업의 신체적 요구가 가장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15인 이상 사업장에서 직무기술이 이루어지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작업의 신체적 요구(physical demands)는 무게 조작의 요구(strength requirements)와 작업 자세의 허용(positioning tolerance)으로 구성됩니다. 무게 조작과 관련된 신체적 요구에는 들어올리기, 옮기기, 밀기, 당기기 등이 포함되며, 가장 기본이 되는 들어올리기에는 바닥에서 허리까지, 허리에서 어깨까지, 그리고 바닥에서 어깨까지 들어올리기 등 실제 사업장 요구대로 분석에 포함됩니다. 작업 자세와 관련된 신체적 요구에는 뻗기, 앉기, 서기, 걷기, 웅크리기, 쪼그리기, 무릎 꿇기, 몸 구부리기, 허리 비틀기, 기어오르기 등 작업장에서 수행하는 모든 동작이 포함됩니다. 신체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직무는 직업분석을 통해 작업의 신체 요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FCE는 2009년 12월 프로그램 개발 계획안이 보고되고 개발팀이 구성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공단 내에서 합동간담회를 개최했고,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을 비롯한 국내기관들과 홍콩 폴리텍 대학, 대만 타이베이 직업재활평가센터 등 해외기관들을 방문했으며, 2010년 말에 FCE 개발을 위한 신체능력 평가장비(Eval Tech)를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프로그램의 개발과 함께 시범사업에 돌입했습니다.

   
 

FCE의 구체적인 평가내용은 신체기능평가와 모의작업(job simulation)을 통한 신체작업요구도에 대한 평가로 구성됩니다. 우선 기본정보(재해ㆍ치료ㆍ직무)를 파악한 후 근력, 민첩성, 평형감각, 유연성 및 지구력 등 직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필요한 체력 요건을 평가하고, 직무분석을 토대로 만들어진 직무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당 환자가 실제로 직업에서 요구하는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평가합니다. 평가하는 동안 환자(노동자) 가 보이는 자세, 호소하는 통증이나 통증반응등도 평가에 포함됩니다. 아울러 신체 운동가동범위(ROM), 손 근력테스트, 심혈관기능 등도 함께 평가됩니다.

<그림1>은 Eval Tech라는 FCE 장비입니다. 언뜻 보면 간단한 장비 같은데, 거의 모든 직업군이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림2>는 들기 평가를 하는 모습입니다. 이 경우 20kg까지 들어 올려야 한다고 전제했을 때 20kg까지 들어 올리면 통과입니다. 그 이상 들어 올릴 수 있어도 더 진행하지 않습니다.

산재근로자 FCE 프로그램 시범사업이 2011년 10월부터 12월까지 실시됐습니다. 평가는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요양종결 예정자 혹은 종결자로서, 근골격계질환 중에서 척추손상을 가지고 있었고, 육체적 노동이 필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시범사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도 실시됐는데, 대상자 대부분이 ‘필요하다’, ‘도움이 되었다’라고 응답했고 사업주들도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근로자 85명과 사업주 64명을 대상으로 한 2014년도 만족도 조사에서는 근로자와 사업주 대부분이 ‘필요하다’, ‘도움이 되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FCE는 직업복귀 의지를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직업 복귀율도 높고, 만족도도 높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재활치료를 받고 복귀한 산재 노동자가 일을 잘 못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런데 FCE는 해당 근로자가 어느 정도의 직무수행 능력을 가졌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만족해합니다.

다음으로는 작업능력 강화 프로그램(이하 WH)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역시 선진국에서 많이 쓰는 프로그램입니다. 미국의 재활시설인증위원회(CARF)의 설명에 따르면 WH 를 아주 구조적이고, 다학제적이고, 개인 맞춤형이고, 목표 지향적이며, 작업 시뮬레이션과 작업훈련을 통합한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또한 WH의 목적은 산재환자를 최소한의 기능적 제한으로 가능한 한 빨리 생산적인 업무로 복귀시키는 한편, 작업 관련 손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시키기 위함이라 합니다(Deborah).

우리나라에서 WH 프로그램은 2013-2014년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에서 시작됐습니다. 직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신체능력 강화뿐만 아니라 직업에서 요구하는 동작 및 업무 시뮬레이션을 훈련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최소 2주에서 최대 12주까지 하루 4시간씩 실시되며, 치료사 1명 당 3명의 환자를 담당하도록 합니다. 2013년 7월 시범사업을 통해 시작하였는데 당시 12명이 훈련에 참여하여 10명이 원직장에 복귀하였으며 만족도가 대단히 높았습니다. 2014년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으로 프로그램이 확대되었으며, 전액 산재보험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FCE 평가에서 통과하지 못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WH 프로그램은 업무 시뮬레이션, 교육, 신체기능향상 등 세 가지 프레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직무분석에 근거한 업무 시뮬레이션으로 훈련이 완성되는데, 여기에는 의사와 치료사의 아이디어가 아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직업군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현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느 정도 재활치료가 끝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상당히 강도 높은 신체기능향상 훈련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직업에 복귀해서 재 손상을 막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훈련하는 동안 교육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평가 기준 및 방법을 보면, WH 훈련 전후에 체력조건(근력ㆍ지구력ㆍ 유연성ㆍ민첩성ㆍ균형감ㆍ협응력)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훈련 전에 직무동작 및 FCE 평가가 이루어지며, 훈련 종결 후에는 FCE 재평가와 만족도 평가가 병행됩니다. 아울러 직업 복귀율과 직업 만족도 평가가 진행됩니다.

FCE 및 WH와 관련된 수가 내용은 <그림3>과 같습니다. 2017년 10월 이전에는 산재보험예산사업으로 수가가 지원됐고, 이후에는 산재시범수가에 편입됐습니다. 10월 이전과 이후의 수가는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산재시범수가에서 항목이 좀 더 세분화됐습니다. <그림4>는 근골격계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직업복귀 프로세스(Return to work process)’입니다. 의료재활을 받고 있는 환자 중 장애로 인하여 직업복귀의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직무분석을 하여 작업능력 평가를 합니다. 직업분석 중 정밀직무분석은 직업환경의학과에 의뢰하여 수행하는데, 이 분석은 사업장 방문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작업능력 강화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며 프로그램을 다 수행하고 나면 다시 작업능력 평가를 받게 됩니다. 작업능력 평가 후에 직업복귀 가부에 대한 직업복귀소견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직업복귀 가능성에 대한 소견으로서, 재활의학과 의사가 작성합니다. 정밀분석을 요하는 직업의 경우는 직업환경의학과와 동시에 작성합니다. 향후에는 직업에 복귀한 후에 적응 및 일의 효율성등을 포괄하는 업무적합성에 대한 평가를 직업환경의학과와 같이 계획하고 있습니다.

   
 

직업복귀 프로그램은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 및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매년 직업복귀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환자 수에 비하여 아직도 절대적인 숫자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산재환자가 직업복귀프로그램을 접하지 못하고 작업수행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지 못한 채로 두려움을 가지고 직업에 복귀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필요한 환자들은 누구든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타과와의 협업, 평가사ㆍ훈련 담당자에 대한 질관리 및 교육, 프로토콜의 표준화와 연구, 적용 상병군의 확대, 민간병원으로의 개방 등 긍정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아울러 향후 직업복귀센터(Return to Work Center)가 분리되어 운영, 교육, 인력관리, 연구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정 희ㆍ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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