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표 과장

상지절단 집중재활 프로그램과 직무지원 보조기구

상지절단은 산재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이 환자들은 재활치료에서 소외되어 왔습니다. 일측 절단 환자는 경증으로 간주되어 의지만 지급됐고, 양측 절단 환자는 적절한 재활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요양기간만 길었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상지 절단은 해부학적 절단 위치에 따라 견관절 이상 부위 절단, 상완절단, 주관절이단, 전완절단, 완관절이단, 부분수부절단 및 수지절단으로 분류되는데, 완관절이단까지를 대절단(major amputation)이라고 합니다. 대절단은 수부의 기능이 없기 때문에 장해가 굉장히 심합니다. 수지절단은 어느 손가락이 어떻게 절단됐느냐에 따라 기능 상태가 매우 달라지기 때문에 아주 복잡합니다.

상지절단 재활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자료를 찾던 중, 양쪽 팔이 절단된 사람이 아침에 홀로 출근 준비를 하는 동영상(www.armamputee.com)을 찾았습니다. ‘The use of upper extremity prostheses’라는 제목의 이 비디오는 잠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양팔 의수를 착용하고 나서 바지를 입고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는 등의 기본 일상생활동작을 수행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의수를 착용하였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상당한 훈련이 필요한 동작도 포함되어 있으며, 일부 동작의 경우 보조도구를 추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남자는 40년 동안 작업치료사로 근무한 적 있으며, 현재 Armamputee.com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상지절단 환자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상지절단 환자가 직업복귀를 잘 할 수 있을까요?

<Handbook of Return to Work>라는 책에 따르면 절단 위치가 직업복귀에 큰 영향을 미치며, 손가락 3개 이상이 절단되면 원직 복귀가 어렵고, 팔꿈치 관절이 보존된 경우 직장을 구할 확률이 높습니다. 우성수와는 관계가 없는데, 한쪽 팔이 절단되면 다른 팔로 일을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의수 활용을 잘 하면 직업 복귀에 도움이 되며, 12주 이내에 의수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직업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겠죠.

2001-2013년 국내 현황을 보면,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산재 절단 환자는 6만4,140명이었습니다. 그 중 하지절단이 2.75%, 상지절단이 97.25%로 상지 쪽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수부와 족부 모두 일측 말단부 절단이 대부분이었고, 손목 혹은 발목 이상 대절단의 경우는 상지가 하지보다 세 배가량 많았습니다(2.78:1). 그 중 상지절단만을 보면 연간 4,798명이 발생했고, 일측 수부절단이 대부분(97.66%, 4,685.4명)을 차지했습니다. 그 나머지 2.34%(112.5명)는 일측 손목절단 이상이 1.36%, 양측 상지절단이 0.8%였습니다. 그 가운데 양측 손목절단 이상은 0.07%로 3.5명이었습니다. 양측 손목절단 이상 환자는 일측 손목절단 이상 환자보다 더 많은 의료재활 자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일측 손목절단 이상의 경우 재활치료나 특정 보조기구 서비스 없이도 일상생활이나 직업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양측 손목절단 이상의 경우는 상당기간 집중적인 재활치료와 보조기구 서비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2015년에 처음 인천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환자들에게 들었던 얘기들을 토대로 당시 재활치료 상황이 어떠했는가를 잠깐 더듬어보겠습니다.

“산재요양종결을 해야 의수를 준다고 해서 빨리 받고 일하려고 지난주에 종결하고 왔어요.”, “지사에서 재활공학연구소에 가보라고 해서 오전에 갔더니 인천병원에 다녀오라고 하네요.” 이런 말처럼 병원을 찾은 이유가 단순히 의수를 받기 위한 행정절차였고, 요양 중 제공 및 훈련이 아닌 종결 후 제공하는 것이 통상적이었습니다.

“기능형 의수... 근전전동 의수... 그런 게 있어요? 전 지금 쓰고 있는 실리콘 의수만 있는 줄 알았어요.” 이처럼 다친 지 오래된 환자라도 의지에 대해서 적절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고, 의수 제공에 있어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았습니다. 요양기간 중 기능형 의수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15년 전에 절단되고 갈고리 의수를 처음 받긴 했는데, 모양도 별로고, 파는 사람한테 잠깐 배웠더니 어떻게 쓰는지 몰라 그냥 안 써요. 요즘 택배를 하는 데, 박스를 쉽게 받쳐서 들 수 있고 운전대 잡을 때 안 미끄러지는 미관형 의수는 없나요?” 라고 직업생활을 위해 필요한 특수한 형태의 의수를 요청하는 환자도 있었습니다. 재활공학연구소에 의뢰를 했지만, 통상적인 의지 제공을 넘어 개개인의 직업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지 제작 및 훈련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기존의 산재 상지절단환자 요양관리상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절단환자 진료의 전문성 미흡, 둘째 특화된 재활훈련의 부재, 셋째 부족한 보조기구 제공 및 수정 서비스, 마지막으로 미성숙한 의료전달체계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상지절단 환자들은 전체 상병 중 희소한 환자군이고, 환자마다 신체적ㆍ사회경제적 상황이 다양한, 반면 진료 환경은 의지나 보조기의 처방ㆍ검수 서류를 취급하는 데에 그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전문성을 갖추기에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공단은 ‘직업복귀’라는 아주 높은 수준의 요구를 했습니다.

둘째, 재활훈련의 경우,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단순한 기구훈련만이 제공되었을 뿐, 상지절단 환자에게 특화된 재활훈련 프로그램은 없었습니다.

셋째, 보조기구 서비스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는 보조기구의 실제 가격과 괴리된 낮은 수가를 들 수 있고, 환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경직된 보조기구 제공 서비스 역시 문제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요양시기에 재활전문병원으로 전원되어 재활치료를 받고, 의지보조기를 선택해서 훈련해보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산재 요양종결 전후에 직영병원으로 옮겨져서 의지ㆍ보조기를 맞추는 선에서 그치고 있어 의료전달체계가 성숙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공단 소속 재활전문센터가 수행하고 있는 시범 재활프로그램에서는 상지절단환자의 요양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간단히 보면, 먼저 물리치료인 상지절단 집중재활훈련(PT)과 작업치료인 상지절단 집중의지훈련(OT)이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른 각종 평가가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양측 절단 같은 중증 환자들에게는 일상생활 보조도구가 추가로 제공될 수 있고, 직업복귀가 목표인 환자들을 위해 직무에 적합한 직무지원 보조기구도 제공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들어 지사나 지역병원에서 의뢰하는 재활특진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재활훈련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시범 재활프로그램이 재활훈련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산재 상지절단 재활훈련에 대한 수가 작업을 했을 때 삼았던 목표는 ① 충분한 재활 치료ㆍ교육ㆍ훈련 제공, ② 적절한 의수 선택의 기회 제공, ③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기능 상태의 확인, ④ 의수나 보조기구에 대한 장기적 요양관리를 위한 계획 수립, ⑤ 일측 환자의 직장 복귀 및 양측 환자의 사회복귀 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상지절단 환자에 대한 미국과 호주, 영국의 지침을 정리한 <Amputee care standards>라는 문헌에는 요양시기에 따라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 비추어, 이 문헌에서 구분한 4단계의 요양시기 중, 수술 후 (Post-operative)와 재활 (Rehabilitation) 단계에 중점을 두어 재활 수가를 구성하였습니다.

   
 

상지절단 환자를 위한 재활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술 후 단계에서 ‘절단부 집중관리’가, 재활 단계에서 ‘의지착용 준비’ 및 ‘의지 집중훈련’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재활센터에서의 핵심 인력인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협력하여 최선의 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였습니다. 상지절단 집중재활훈련(PT)은 초기에 기본 생역학적 준비, 심폐지구력 향상, 통증조절이 이루어지고, 후기에는 변화된 신체 상태에 적합한 자가운동 프로그램과 의수를 활용한 자가운동프로그램이 진행되도록 했습니다. 상지절단 집중의지훈련(OT)은 절단단 관리,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일상생활 훈련, 의지 착용 훈련, 의지 기본동작 훈련, 의지를 활용한 일상생활 훈련 등이 진행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훈련이 제공된 후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차원평가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활 시기에 따라 상지절단환자들의 재활훈련 내용을 살펴보면, 1) 절단단 집중관리시기에는 먼저 적절한 재활목표를 설정하고, 환부 관리 및 절단단 관리와 더불어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일상생활동작 훈련을 진행하게 됩니다. 2) 의지적응시기에는 의지에 대한 교육과 함께 기본 의지구동훈련을 진행하게 되고, 절단단 변화에 따라 의수를 수정해 나갑니다. 3) 의지 집중훈련시기에는 의지를 활용하여 기본적인 일상생활동작 훈련 뿐 아니라 운전 등의 다양한 수단적 일상생활동작 훈련을 통해 실질적인 사회복귀를 준비합니다.

상지절단환자의 재활프로그램에 있어 가장 핵심 단계는 여러 자세에서 말단장치를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본 의지구동훈련 단계입니다. 다양한 형태, 재질 및 무게의 물건을 잡고 옮기고 놓는 훈련, 신체 중심부를 비롯하여 다양한 위치에서 의수를 활용하는 훈련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 이 훈련과정 중 빈번한 의지의 수정 및 수리가 필요한데, 재활센터 내에 의지보조기 기사가 상주하고 있어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재활치료라고 하면 치료사가 제공하는 좁은 의미의 치료 혹은 기구를 활용한 치료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아가 환자에 대한 교육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의지를 처음 받게 되면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의지 관리 및 착용법과 기초동작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의지 종류에 따라서 기초 동작법이 이루어지는데, 전완 절단의 경우 말단장치 조절과 손목장치 조절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고, 상완절단의 경우 의지 주관절 조절 및 고정, 말단장치 조절, 손목장치 조절에 대한 교육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향후 의지의 수리 및 내구연한에 따른 교체 등 산재보험에서 제공하는 사후관리 서비스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산재 상지절단환자에게는 어떤 보조기구가 제공되나요?

산재 상지절단 환자를 위한 의지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본급여 범위에 있는 미관형 및 기능형 의수가 있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추가적인 보조기구를 지급하기도 합니다. 기능형은 다시 신체구동형(전완절단과 상완절단)과 근전전동형으로 나뉘는데, 근전전동형은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가 전완절단 환자를 위해 개발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진료를 하면서, 절단상태 및 기능상태, 사회경제학적 상태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능형 의지를 어떻게 제공해야 할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현재 국내 산재에서의 보조기구 서비스 현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일측 전완절단의 경우 일상생활을 위해 우선적으로 기본급여를 통한 근전전동형을 지급하고, 직업에 대한 계획이 뚜렷해지면 직무지원을 통한 고기능 신체구동형 의수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양측 절단환자의 경우 신체구동형 의수를 기본으로 훈련하고, 추가로 다양한 일상생활보조도구 및 환경수정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련 문헌들에 따르면 상지의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아주 많은데, 그 중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보험입니다. 기본급여에 대한 현실적인 수가 조정과 함께, 적극적인 직업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직무지원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공단에서의 노력으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시범재활수가가 이제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재 상지절단 환자의 성공적인 가정 및 사회복귀, 나아가 직업복귀를 위해서는 재활치료만이 아니라 의지, 보조기 등 적절한 보조기구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재활센터가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공단 차원의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과 재활공학연구소의 직영병원과 연계한 협력연구 등 적극적인 역할을 바탕으로 향후 지역사회 의료기관과의 적절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강표ㆍ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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