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희, 김헌민, 최선아 교수

뇌전증 가운데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흔히 발병하는 ‘양성 롤랜딕 뇌전증(BRE, benign Rolandic epilepsy)’은 중심 측두부 극파가 관찰되며 주로 수면 중에 발생한다. 대부분 소아 시기에 발병해 청소년이 되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경련 증상을 차단하기 위해 별도로 항경련제 투여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다만 발작이 자주 발생하거나 길게 지속될 경우, 발작이 수면 중이 아닌 낮 동안 일어나는 때는 항경련제를 투여하는 등 적극적 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

그러나 뇌성장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소아청소년기에 약물을 언제까지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치 않았다. 뇌파의 이상으로 인한 발작이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도 뇌파가 정상화되는 구체적인 시기를 판단하기 어렵고 발작의 재발을 우려해 기존의 약물치료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연구진이 양성 롤랜딕 뇌전증 환자의 뇌파 정상화 시기를 상세히 밝혀 주목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분과의 황희·김헌민·최선아 교수팀은 그 주인공. 이 팀은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뇌전증센터의 데니스 들루고스 박사팀과 공동 연구에서 134명의 양성 롤랜딕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뇌전증 발병부터 완화까지 일련의 과정을 최장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뇌파 분석 결과, 이들 환자의 비정상적인 뇌파가 사라지는 연령은 평균 11.9세이며, 전체 대상자 모두 만 17세 이전에는 뇌파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발병 후 뇌파가 정상화되기까지는 평균 3.76년이 걸리는데 짧게는 1년부터 가장 길게는 10년까지 다양하게 관찰됐다.

또 항경련제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에서 비정상 뇌파가 지속되는 시간이 약물치료를 받은 그룹에 비해 짧은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반드시 뇌파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아님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덧붙여 뇌파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1-2년 이상 충분한 기간 동안 발작 증세가 없으면,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을 감량하고 점진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약물 투여를 중단할 당시 양성 롤랜딕 환자의 뇌파에 이상이 있었던 경우일지라도, 치료 중단 후 발작이 재발하지 않고 증세가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김헌민 교수는 “양성 롤랜딕 뇌전증은 소아가 일정 연령이 될 때 사라지는 예후가 매우 좋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오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나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뇌파의 정상화 시기 및 연령 등 뇌전증 치료 결정에 도움이 되는 요인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뇌전증 치료를 위한 약물 사용기간을 최소화해 성장기에 있는 소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소아신경분야 국제 학술지인 ‘Brain&Development’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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