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3월 21일 세계 최초 2대1 생체간이식에 성공한 이승규 교수(가운데)

 ‘하나로 부족하다…. 그러면 두 개는?’ 18년 전 말기 간질환 환자를 살리기 위한 외과 의사의 집념으로 세계 최초로 2대1 간이식 수술법이 개발됐고 이는 바로 세계 의료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러고 지난 8월 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수술실에는 말기 간경화로 투병중인 환자 양모 씨에게 형과 누나의 간 일부를 각각 떼어내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 500번째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말기 간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이자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생체간이식을 1994년 국내 처음으로 시행한지 24년 만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최근 생체간이식 수술 5,000례를 돌파했고 동시에 2대1 생체간이식 500례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생체간이식 수술 5,000례와 뇌사자 기증 간이식 수술 1,023례를 더하면 전체 간이식 수술은 6,000례가 넘는다. 1992년 뇌사자 간이식을 처음 시작한 후 지금까지 6,000여 명의 말기 간질환 환자에게 장기 생존과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교수팀은 2일 말기 간경화 환자 전모씨(여, 58세)에게 아들 김모씨(남, 25세)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시행, 생체간이식 5,000례를 달성했다.

이번 생체간이식 수술 5,000례를 달성한 서울아산병원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성적인 97%의 수술 성공률을 기록했고 5,500명 이상의 기증자들 또한 단 한 건의 사망이나 심각한 합병증 없이 모두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기증자 복강경 수술을 통해 최소 절개 간 절제술이 이루어져 흉터를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3일간 중국 사천 성도에서 열린 중국이식학회에서 낸시 애셔(Nancy Asher) 미국 샌프란시스코 UCSF 메디컬센터 교수는 미국 간이식 생존율을 1년 87%, 5년 70%라고 발표했다. 미국은 전체 간이식 중 95% 이상이 뇌사자 간이식 수술이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전체 간이식 중 80% 이상이 생체간이식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 생존율 97%는 생체간이식이 뇌사자 간이식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성과다. 생체간이식 수술은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복잡해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

특히 8일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2000년 3월 세계 최초로 성공한 ‘2대1 생체간이식’ 수술 500례를 달성했다. 2대1 생체간이식은 이승규 교수가 개발해 서울아산병원이 주로 시행하는 고난도 수술법으로 기증자 조건에 맞지 않아 생체간이식 수술이 불가능했던 말기 간질환 환자들에게 기증자 2명의 간 일부를 각각 기증받아 한 명의 수혜자에게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 방법이다.

2대1 생체간이식이 개발되기 전에는 기증자 간의 좌·우엽의 비율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지방간이 심할 경우 혹은 수혜자의 체격에 비해 기증할 수 있는 간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은 경우 기증자 한 명으로 간이식 수술이 불가능했다.

   
▲ 해외 의료진에게 생체간이식 수술법 전수하는 이승규 교수(오른쪽)

그러나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이라는 독창적인 수술 방법으로 2000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500명의 말기 간질환자들이 생명을 구했다. 이 역시 세계 첫 기록이다. 수술 성공률이나 생존율 또한 기존의 1대1 생체간이식 수술과 동등하다.

2대1 수술은 2명의 기증자 간 절제술과 수혜자 수술 즉 3명의 수술이 동시에 진행하고 수혜자에게 두 개의 간을 이식하는 만큼 기존 1대1 생체간이식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

2대1 수술은 15~16시간이 소요되며 어려운 수술의 경우 24시간 이상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3명의 수술에 외과 의사만 12명이 동원된다. 또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3명, 수술방 간호사 12~15명, 회복실 간호사 6명 등 총 30명 이상의 의료진이 필요하고 중환자실, 의료장비 등 모든 환경이 갖춰줘야 가능한 수술이다.

이런 이유로 2대1 생체간이식은 간이식을 전공으로 하는 외과 의사들에게는 '꿈의 수술'로 불린다. 전 세계 2대1 수술의 95% 이상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등 해외 환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생체간이식 5,000례를 달성하는 동안 2007~2017년까지 11년 연속 연 300례 이상의 간이식 수술에 성공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연간 400례를 처음 넘긴 후 2015년부터 매년 400례 이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361건의 생체간이식은 원내 사망률 0%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원내 사망률 0%는 한 해 동안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에 대한 합병증이나 거부반응 관리가 잘 이루어져 모두 건강하게 퇴원했다는 의미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된 생체간이식은 고위험군 환자가 전체 환자의 20~25%를 차지하고 면역학적 고위험군인 ABO부적합 생체간이식이 전체 성인 생체간이식의 23%를 차지한다. 고난도 수술인 2대1 생체간이식이 다수 포함되어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매우 괄목할만한 성과다.

또 세계 간이식계가 서울아산병원의 경험을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인정하는 데에는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들을 제외시키지 않았음에도 97%(1년), 88.5%(3년), 87%(5년)라는 뛰어난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승규 교수

이승규 교수는 지난 1999년 1월 간이식을 받는 환자에게 우엽 이식 간의 혈류 정체를 해소하여 이식 간의 기능을 극대화해 이식 수술의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킨 ‘변형우엽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간이식 초기에 한 해 30례에 그치던 생체간이식은 이 수술법으로 연간 시행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수술 성공률도 70%에서 95%로 향상됐다.

이 수술법은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간이식계가 성인 생체간이식 프로토타입(표준 수술 술식)으로 삼고 있다. 전 세계 간이식센터에서 기증자 간의 우엽을 이용한 생체간이식 수술의 경우 80% 이상을 변형우엽 간이식 수술법을 이용하고 있다.

또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을 가능하게 한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은 이식이 까다로운 성인 환자에게서만 현재 세계 최다인 537건의 수술을 기록, 성적 또한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동등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업적으로 전 세계 의료진들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서울아산병원을 직접 찾고 있다. 미국, 독일,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중국, 홍콩 등 최근 3년간 해외의학자 수만 1,500여 명에 달한다. 또 아시아 저개발국가 의료 자립을 위한 ‘아산 인 아시아(AIA) 프로젝트’로 간이식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2011년부터 몽골 32건, 2012년부터 베트남 22건을 현지 의료진과 함께 진행 했고 이후 몽골은 18건의 간이식을 자체적으로 시행하며 지금은 독자적으로 간이식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승규 교수는 “말기 간질환을 앓고 있는 절체절명의 중증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 하나가 ‘생체 간이식 5,000례, 2대1 생체간이식 500례, 전체 간이식 6,000례’라는 세계적인 기록으로 이어졌다”며 “세계 의료계에서 ‘생체 간이식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팀원들의 협력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프로그램은 국내 및 전 세계 간이식 발전을 선도하며 전 세계 간질환 치료의 4차 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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