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 교수

우리나라 사람은 췌장의 크기가 작고 그만큼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이 떨어져 당뇨병에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그동안 서양인과 체구도 다르고, 식사량도 작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당뇨병에 잘 걸리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근거가 없었기에 이번 연구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팀은 비슷한 체격과 연령대의 한국인과 서양인을 대상으로 췌장의 크기와 인슐린 분비능을 비교해 당뇨병과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먼저 최첨단의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통해 한국인과 서양인의 췌장 용적(볼륨) 및 췌장 내 지방 함량을 비교했다. 또 췌장 베타세포에서의 인슐린 분비능과 당대사능을 측정해 췌장의 크기 및 지방함량과 인슐린 분비능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대상은 체격이 유사한 30대의 한국인과 서양인 각 43명이었다. 기본 혈액 검사 결과 공복혈당 및 당화혈색소 수치는 양쪽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으며, 마찬가지로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모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 같은 나이, 동일 체형에서 서양인에 비해 한국인의 췌장 기능이 36.5% 낮았다.

그러나 췌장의 용적을 비교한 결과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췌장의 크기가 12.3% 정도 작았으며, 오히려 췌장 내 침착된 지방의 양은 서양인에 비해 22.8% 더 많았다.

가장 중요한 췌장의 기능에 있어서도 한국인은 췌장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서양인에 비해 인슐린 분비능이 36.5% 정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서양인과 체형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한국인은 췌장이 작고,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능이 감소해 결국 당뇨병 발생에 취약해 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임수 교수는 “최첨단의 컴퓨터 단층 촬영 기법을 이용해 췌장의 볼륨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했다는 점, 한국인과 서양인을 비교했다는 점, 그리고 췌장기능을 정밀하게 측정했다는 점에서 연구 성과와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도 20세 이상의 한국인 10%(400만 명 추산)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서양인에 비하면 식사량이 적고 비만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당뇨병 환자 증가 원인에 대한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다는 부분에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과 서양인의 췌장 크기와 기능을 비교해 동양인에서 호발하는 당뇨병의 발생 기전을 제시한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처음이다.

연구결과는 국제적 과학 저널인 ‘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당뇨병·비만·대사 연구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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