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학 교육에서도 인문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의료의 과학적 측면만을 강조해 환자와의 관계나 사회 활동에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편으로 의료인문학의 필요성이 절실해 진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 그리고 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의료상황과 그 속에서 활동하는 의료인의 모습이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의사학계의 대표적인 소장·중진 학자들이 의학사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우리나라 의학의 역사를 조명한 ‘한국의학사’를 집필했다.

그동안의 의학사 교육은 대부분 서양의학의 역사로 한국의학은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이 도입된 역사에만 한정돼 있었다. 의학사 교육이 서양의학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한국사회가 당면한 의료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한국의학사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책은 한국의학사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의학사의 개념·대상·필요성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면서, 치유자와 환자, 질병에 대한 개념에서 의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의학사의 중요성을 짚어 준다. 또 의사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한국 의료의 특수성을 설명한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각 시대별로 질병과 치료법, 의료풍습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 전통의학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조선은 전기와 중기, 후기로 나눠 상세히 다뤘으며, 일제강점기를 거쳐 경제성장과 함께 한국의학의 발전에 대해 다뤘다. 또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생명·연구 윤리 문제와 의료직종간 갈등 등 한국의료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다루고 있다. 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과, 약업, 조산업, 심지어 무면허의업까지 포괄적으로 담았다.

특히 북한의학사도 한국의학사의 일부분으로 포함시키려고 노력했다. 사회주의 의료를 구축기와 수립, 공고, 쇠퇴로 나눠 북한 보건의료체제의 형성과 발전상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여인석 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의사학과 교수가 입론과 현대의학사 부분을, 이현숙 한국생태환경사연구소 소장이 선사시대부터 고려의학사를 집필했다. 김성수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조선의학사 부분을, 신규환 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의사학과 교수는 근현대의학사에 대해, 김영수 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의사학과 강사가 북한의학사를 맡아 집필에 참여했다.

<역사공간 펴냄. 여인석·이현숙·김성수·신규환·김영수 지음. 435쪽. 2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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