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성 원장은 “법은 승패가 있지만 윤리문제는 믿음이나 가치를 주장하고 직접 손해보는 것이 없기 때문에 해결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법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운 대상이라 생각된다. 문화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의학적 상태가 갑자기 사망에 이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망성 없는 말기암 환자가 이별 과정을 거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은 29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의사가 환자에게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때 환자는 더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의사가 얘기를 해주지 않으면 이별할 시간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환자한테는 이것이 유일한 마지막 기회인데 그런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법이 아닌 문화로 배려해 줄 수 있기를 희망한 셈이다.

무엇보다 “법은 승패가 있지만 윤리문제는 믿음이나 가치를 주장하고 직접 손해보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양보가 없어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도 토로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생명윤리 지원체계구축, 기관생며윤리심의위원회 평가인증 사업,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 운영사업, 연명의료결정 제도화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다.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총 74곳이지만 이중 공공기관 1곳인 건보공단이 174개 지사, 6개 지역본부, 54개 출장소가 있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곳서 등록한 사람은 28일 현재 2만4559명. 2월 시행에 들어간 이후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IRB) 등록기관은 상급종합 42곳, 종합병원 79곳, 병원 5곳, 요양병원 16곳, 의원 1곳 등 143곳이다. IRB가 없는 규모가 작은 병의원은 공용윤리위원회(공용IRB)를 이용해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관할지역을 구분해 8개 기관을 지정했지만 협약을 맺은 중소병원은 현재 없는 상황. 이 원장은 “특별히 제한을 하고 있지 않으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서로 지켜보면서 상담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산이 확보되고 호응이 높으면 지역별 1개씩 배정해 내년에는 전국 13개 기관이 지정되도록 한다는 것이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계획이다.

가장 논란이 컸던 연명의료중단의 결정에 참여하는 환자가족의 범위는 1촌 이내(부모 자식 배우자-미성년자 제외)로 하자는 것이 확정단계에 있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직계존비속의 경우 친·외가가 다 포함돼 사실상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게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젊은 환자가 있는데 치매환자 할머니가 결정해야 할 때, 또 가족과 일찍 멀어진 성직자, 독거노인 등은 동의가능성이 매우 낮다.

반면 각 의료기관에서는 그동안의 피해의식이 있어서인지 가족 전원합의를 유도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한편 이 자리에 함께한 김명희 사무총장(마취과전문의)은 “연명의료결정을 두고 실제 현장에선 환자와 보호자가 선택권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죽음을 앞두고 편의성을 주장하는 것은 의사라는 직업 윤리로 보면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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