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철 교수

난치성 알크(ALK) 유전자 변이 폐암 환자가 겪는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실마리를 우리나라 의학자가 찾았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제욱암연구소 윤미란 박사팀이 그 주인공.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연구 국제 학술지 ‘Cancer Research’ 최근호에 실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전체 폐암의 3-7%를 차지하는 ALK 유전자 변이 폐암은 초기에는 크리조티닙(젤코리)를 사용해 효과를 보지만 보통 1-2년 내에 내성이 나타나면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내성이 나타나는 주요 원리는 크게 추가적인 ALK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한 ‘ALK 의존적 기전’과 우회신호전달체계의 활성화에 의한 ‘ALK 비의존적 기전’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다른 차세대 ALK 표적 치료제로 극복 가능하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해 ALK 융합 양성 폐암 중에서도 난치성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ALK 비의존적 기전이 발생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이번에 밝혀낸 것이다. 내성 세포주와 동물 모델에 대한 후성 유전체 통합 분석을 실시한 결과다.

분석 결과 ALK 표적 항암제 투여로 약물에 대한 저항성, 즉 내성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DNA를 구성하는 네 종류의 단백질 중 하나인 히스톤 H3의 27번째 라이신의 ‘탈아세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됐다.

탈아세틸화는 마이크로RNA-34a와 마이크로RNA-449a의 감소로 이어졌다. 이 두 마이크로RNA는 내성 발현에 관여하는 AXL 유전자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이러한 마이크로RNA가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AXL이 과발현되고 항암제 내성 기전인 상피간엽이행(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이 나타나게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임상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ALK 표적 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의 표본을 분석했다.

그 결과 후성 유전체 통합 분석 결과에 부합하는 결과가 도출됐다. 연구팀이 ALK 억제제 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검을 원위치혼성화(in situ hybridization)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환자 9명 중 6명의 치료 후 생검에서 치료 전 생검과 비교해 마이크로RNA-34a 또는 마이크로RNA-449a의 발현이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또한 같은 표본의 환자군 중 8명의 환자에 대해 AXL에 대한 면역 조직 화학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중 5명의 치료 후 생검에서 AXL 발현 증가가 확인됐다.

이 중 3명의 치료 후 생검에서는 치료 전과 비교해 AXL 발현 증가와 함께 마이크로RNA-34a 또는 마이크로RNA-449a의 감소가 동시에 관찰됐다.

이번 발견에 따라 ALK 비의존적 기전에 따른 내성으로 치료에 난항을 겪은 환자들에 대한 항암제 개발에도 가능성이 열렸다.

연구팀은 규명한 내성 발생 원리에 입각해 동물 실험에서 히스톤 H3의 27번째 라이신의 탈 아세틸화를 막는 약물을 ALK 표적 항암제와 함께 투여해 항암 효과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조병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 중 내성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ALK 유전자 변이 폐암 환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내성 발생 원리가 규명된 만큼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미랑 박사, 분당차병원 임선민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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