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친구 유근영-도쿠도메 교수<죄부터>는 후학들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혼을 다하자고 약속했다.

지난 19-20일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암예방기구(APOCP) 제9차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 사전일정과 이틀간의 학술대회 기간 내내 유근영 회장(서울의대교수·국군수도병원 원장)의 마음이 한 껏 들 떠 있었다.

학술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과연 제약회사 후원없이 진행하는 국제학술대회가 가능할까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18개국 320명이 참석하면서 또 규모도 규모지만 학술발표의 질이 매우 우수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눈녹듯 사라졌다. 무엇보다 유근영 회장이 그동안 국제 활동을 통해 네트워크를 쌓아온 결과가 현실로 이어진 것에 대해 만면의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학술대회가 끝난 일주일 후 서울, 유근영 교수는 모든 참석자들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가지만 그 가운데 유독 잊을 수 없는 한명의 의학자가 있고, 그를 오래도록 가슴에 새기겠다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 한 명의 주인공은 일본 나고야 시립의대 교수였던 도쿠도메(徳留信寛) 선생이다. 그는 후생성 국립감염증연구소 이사장도 역임했다. 암역학을 전공했으나 유근영 교수와 공동 프로젝트를 연구한 적은 없다.

다음은 도쿠도메 선생과 유근영 교수의 잔잔한 휴머니즘을 유근영 회장의 입을 빌어 대화 향기로 재구성한다.

   
▲ 전립선암 치료중이지만 환한 웃음을 잃지 않은 도쿠도메 교수.

유근영 : 그동안 각종 학회에서 수십번 만났지만, 학술보다는 술이 인연을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술이 약해 항상 얼굴이 붉어졌다는 것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10여년 전 어느 날 부터인가 만날 때마다 일본의 전통 사케를 선물해 주셨어요.

도쿠도메 : 유근영 교수가 사케(일본 술)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이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는 것도 기쁨입니다. 혹시 기억은 나세요? 일본 왕실 초청 국제심포지엄에 유 교수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 숙소를 수소문해 사케를 전해주기도 했는데요.

유근영 : 아, 그랬지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그때 함께 학회에 참석했던 분들과 감사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 대학 정년퇴임 이후 우리나라의 국립보건원 격인 일본영양역학연구소 소장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도쿠도메 : 맞아요. 그런데 그곳도 지금은 그만두었어요. 지금 72세인데요. 학계를 은퇴했어요. 요즘은 나고야 지역에서 산업보건관리의사로 간간히 출근합니다.

유근영 : 이번 제주 APOCP 학회에 아시아 각국의 젊은 의학자들의 참석을 위한 활동을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도쿠도메 : 3개월 전 “제주 APOCP에 많은 참가를 바란다”는 독려 메일을 받았어요. 순간, 학회는 참석자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예전 국제공동연구프로젝트를 함께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동료들에게 “유 선생이 이번 제주에서 학회를 개최하는데 많은 분들이 참석했으면 한다는 메일을 보냈지요. 그리고 비용이 문제라면, 희망하는 분들에게 자신이 항공료를 대신 지원해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아시게 됐어요?

   
▲ 도쿠도메 교수<뒷불 좌>와 APOCP에 참석한 아시아 각국의 의학자들.

유근영 : 외국 동료들이 그런 내용을 알려주셨어요. 지금은 별다른 연구비도 없으실텐데 ... 고맙습니다. 일본 동료분들을 통해 도쿠도메 선생의 근황을 물었더니 잘 모르시더라구요. 제주학회에 참가하는지 명단을 확인해보니 이름이 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도쿠도메 : 사케를 못가지고 와서 미안해요, 유 선생. 우선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사진 찍읍시다.

유근영 : 오는 9월 나고야에 갈 예정입니다.

도쿠도메 : 그날은 꼭 가져다 주겠습니다.(수첩에 날짜를 기입했다)

유근영 : 아리가도(고맙습니다), 혹시 좋아하는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저도 선물로 가져갈테니까요. 참, 자서전을 읽어보았는데 전립선암에 걸려 치료를 여러 번 받았던데 지금 건강은 어떠세요? (그는 항상 밝은 얼굴이었고, 여전히 간단한 술을 즐기고 있었다).

도쿠도메 : 어떻게 보여요?. (더 크게 웃으며) 괜찮습니다. 유 선생, 자주만나요. 만날 날을 위해 건배합시다.

유근영 : 예, 건강을 위해 축배를 들겠습니다. 9월 일본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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