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병원서 근무했던 한 재활의학과의사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심경을 본지에 토로했다. <사진은 최고의 재활시설을 갖추고 있는 병원으로 기사와 관련없음>.

“한방에서 채용한 물리치료사가 시행하는 요법에 도수치료를 처방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재활의학과 의사 처방에 따른 물리치료사의 치료가 아니라 거꾸로 처방전 발행기로 전락한 느낌이 들었다. 한방진료를 위해 근골격계 X-ray를 시행하기도 했다.”

한방병원이나 한의사가 개설한 요양병원서 근무하는 재활의학과전문의의 마음이 편치 않다. 최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요구로 의과-한의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의사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재활의학과전문의 일부(?)는 불편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와 만난 A한방병원 근무 경험이 있는 30대의 B재활의학과전문의는 “한방 또는 한의사가 개설한 요양병원이나 그곳서 근무하는 재활의학과전문의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재활의학과전문의로서 중증 환자를 입원시킬수 없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며, “이 같은 일들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한방병원에서 근무를 했으며, 이전에 근무했던 병원과 비슷했지만 타전문과목 봉직의보다는 높은 급여를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근무시간이 근로기준법보다 좀더 길고, 재활 입원환자를 보는 것 등도 감안됐다. 입원환자는 약 30명 정도며, 외래환자는 많은 편이 아니었다.

B전문의는 재활의학과전문의 일부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재활의학계에는 한방병원서 근무할 경우 통상 2000-3000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해 한의사가 개설한 요양병원내 재활의학과 설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까지 총14곳에 불과하던 것이 2016년 22곳, 2017년 30곳(2015년 대비 114.2%)으로 늘어난 것.

이 기간 요양병원의 재활의학과 개설수가 325곳에서 412곳으로 26.7%로 늘어난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본지가 심평원·국회 등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재활의학과개설·재활의학전문의가 각각 2015년 1372곳·325곳·416명, 2016년 1428곳·370곳·485명, 2017년 1529곳·412곳·547명이다. 한의사가 개설한 요양병원 가운데 재활의학과 진료과목 표방·개설·재활의학과전문의수 현황을 보면 각각 2015년 38곳·14곳·17명, 2016년 48곳·22곳·26명, 2017년 63곳·30곳·36명이다.

아이로니컬한 점은 의료계가 한의사의 병원개설권을 이유로 재활병원 종별분리를 반대하던 시기에 한방병원과 한의사 개설 요양병원에서의 재활의학과 설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한의사가 개설한 요양병원에서 재활의학과가 설치된 곳과 재활의학과전문의 근무는 각각 14곳, 17명으로 변함이 없었다.

한방병원 내 재활의학과 개설은 요양병원에서의 재활의학과 개설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방병원내 재활의학과가 개설된 곳은 9곳으로 2015년 7곳보다 2곳(28.5%)늘었다. 요양병원 전체 재활의학과 개설 수 증가율 26.7%(2015년 325곳에서 2017년 412곳)와 비슷했다.

의료법에는 개인인 경우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이 병·의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진료권에 대해선 철저하게 해당 영역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C병원의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진료권이 아닌,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병원 개설권을 문제로 삼아 종별분리를 반대한 것은 재활의학계의 판단착오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종별분리를 하고 그 기준을 명확히 할 경우 한의사 진입이 쉽지 않을뿐더러 젊은 재활의학과전문의들도 재활에 집중할 수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며, 시범사업 결과를 중심으로 재활환자 전달체계 개선과 수가 신설 등 전반적인 재활의료 체계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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