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진표 교수

비만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자살시도와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팀은 18세에서 74세의 한국인 표본집단 5905명을 대상으로 △자살을 생각해 보거나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지 △매일 스트레스를 얼마나 경험하는지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등을 평가하는 정신건강역학조사를 했다.

또 이를 BMI(체질량지수) 별로 나누어 분석해 자살 관련 행동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는지 살폈다. BMI와 자살 관련 행동과의 상관 관계를 한국인 표본집단을 통해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 교수팀에 따르면 저체중군(BMI 18.5 kg/㎡ 미만)에서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정상 체중군(18.5~22.95kg/㎡)에 비해 2.4배 높았다.

우울증, 불안, 알코올 사용 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의 여부를 보정했을 때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자살을 생각할 위험은 저체중군에서 1.6배, 과체중군(25 kg/㎡ 이상)에서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체중은 자살을 생각하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항목에서는 저체중군에서만 경고등이 확인됐다. 저체중군은 정상 체중 군에 비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가능성이 1.7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비율이 1.3배 높았다.

젊은 미혼 여성의 비율(약 80%)이 높았던 저체중군에서 실제로 비만하지 않은데도 스스로가 비만하다고 믿는 경향을 보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결과다.

홍진표 교수는 “그 동안 간과되었던 저체중 성인에서의 정신건강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연구”라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마른 체형에 집착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제 영문학술지(Psychiatry Investig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