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심장이식환자 출산

 조산과 유산의 가능성이 높아 임신이 어렵다고 알려진 심장이식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산에 성공했다.

이번 사례는 본인 및 가족의 의지와 병원의 철저한 건강관리가 뒷받침 된다면 심장이식 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가 생겨 임신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큰 중증질환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될 전망이다.

주인공인 이은진 씨(37세)는 올해 1월 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강한 2.98kg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2013년 3월 심장이식을 받은 이 씨의 출산은 국내 처음이다.

그동안 간이나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 소식은 있었지만 흉곽장기인 심장이나 폐 이식 후 임신은 선천성 기형과 자연유산 확률이 높다는 해외연구결과 등으로 인해 가임기 심장이식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임신 전 주치의와 함께 이식 장기의 거부반응, 콩팥이나 간 기능,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신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임신기간 중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출산을 통해 확인됐다.

이은진 씨는 10년 전 지역병원에서 심장근육 문제로 심장이 비대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201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씨는 심장이식 수술 후 헬스 등 운동으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왔으며 2016년 결혼 후 임신을 계획했고 지난해 3월 임신 후에도 자주 병원을 찾아 정기적으로 이식심장의 기능과 거부반응의 유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이 발생유무를 관찰했다.

지난 1월 출산을 앞두고 마취과는 심장이식 수술력 때문에 전신마취 후 제왕절개를 권유했지만 그동안 이은진 씨의 심장질환 관리를 꾸준히 맡아온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가 척추마취 후 제왕절개를 권유했고 1월 9일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의 집도로 2.98kg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현재 성인 심장이식의 증가와 소아 심장이식 후 생존율 향상에 따라 심장이식을 받은 가임 여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가 업무를 시작한 2000년 이후 현재(2018년 3월 30일)까지 1,391건의 심장이식 수혜자의 32%가 여성이며 이들 중 대략 3분의 1이 가임기 여성이다.

김재중 교수는 “심장이식 환자가 임신을 시도할 경우 면역억제제를 줄여야 하므로 주기적인 검사로 적절한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고 주기적인 심장 검사를 받는 등 의료진의 관리가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저출산 시대에 이식환자 등 중증질환 환자들의 임신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약물복용 등으로 인한 여러 위험성이 있는 만큼 임신 전부터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야 하며, 임신기간 중에도 산모의 굳은 의지와 의학적인 처치가 뒷받침 되어야 건강하게 출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장이식 환자 중 국내 첫 출산을 한 이은진 씨는 “아무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심장이식 환자의 임신과 출산이었지만 의료진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어 두렵지 않았다. 건강하게 태어나준 아이에게 고맙고, 나와 같은 심장이식 환자들이 엄마가 되는 기쁨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출산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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