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일교수, 박세진약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국가로 노인의료비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우리나라 건강보험 진료비는 64조 6623억 원이었으며, 이 중 38%인 24조 5643억 원이 65세 이상 노령 인구의 의료비다. 10년 전인 2006년과 비교해 노인 의료비 비중은 무려 17% 가까이 급증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원외처방 약품비도 2007년 2조 7000억 원에서 2016년 5조 4000억 원으로 10년새 2배나 증가했다. 약제비가 전체 진료비의 25-30% 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의료비 지출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국민의 비용과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약제비, 특히 ‘노인의 약값’이 얼마나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만성 질환에 대한 치료를 동시에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질환에 따라 각기 다른 의료 기관에서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은데, 복용하는 약제 간, 혹은 약제와 다른 질환 간 상호작용에 의한 이상 반응이 발생할 위험이 높음에도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는 동일한 효능의 약을 중복해서 처방받고 있거나 의학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처방된 약, 환자의 상태에 따라 부작용이 약물 효과보다 클 가능성이 높은 약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줄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많은 노인 환자들이 처방되는 약에 대한 지식이나 복용법에 대한 충분한 숙지 없이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안내를 통해 치명적일 수 있는 약물 사용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

특히 점검 과정을 통해 조정된 약제비가 적지 않다는 결과가 도출돼 향후 다른 병원으로 이러한 점검 과정이 확산될 경우 노인 약제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와 약제부 박세진 약사 등은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노인의료센터에 입원한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입원 전 복용한 약물과 퇴원시 처방 약물을 비교해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처방 약물 수는 10.5종에서 6.5종으로 줄었고 변경된 처방에 따라 절약할 수 있는 약제비도 1인당 연간 약 46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대상 환자 300명만으로도 연간 약제비가 5억 570만 원에서 3억 6800만 원으로 줄어 약 1억 3700만 원의 절감 효과가 있었다.

또 동일한 효능의 약물을 중복해서 처방받는 환자의 수가 59명에서 3명으로 줄어 불필요하게 과다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 환자가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노인에게 부적절할 가능성이 있는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 또한 227명에서 114명으로 49.8% 감소, 향후 적절한 약물 처방 관리를 위한 감독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는 “노인 의료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국민건강보험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노인포괄평가의 임상적, 경제적 효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음은 물론, 중복 약제 처방이나 부적절한 약물 사용 등 안전하고 적절한 약물 사용 측면뿐만 아니라 노인 환자분들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미래 보험 재정을 위협할 요소를 차단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번 자체연구 외에도 ‘노인의료센터 입원환자의 임상적 중재에 의한 회피비용 분석’, ‘노인의료센터 외래환자의 약물사용평가 및 약제비 절감효과 분석’ 등 다학제 팀 진료를 통한 약제비 절감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9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노인 약제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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