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과 복막투석 가운데 사망률이 낮은 방법은 어느 것일까. 지난 2014년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혈액투석의 생존율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세계적으론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가운데 당뇨병이 없는 65세 미만 환자에서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간 사망 및 뇌혈관질환 위험의 차이가 없다는 우리나라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이영성, NECA)은 2016년 ‘말기 신부전 환자의 투석방법에 따른 성과연구’를 수행, 8일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NECA는 먼저 건강보험 청구자료 분석 및 환자 설문조사를 통해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임상적 효과 및 삶의 질 등을 비교했다.

대상환자는 2003년부터 2015년까지의 건강보험 청구자료 분석 결과, 혈액투석 환자 수는 2003년 연간 1만2415명에서 2015년 4만7223명으로 280.4% 증가한 반면, 복막투석 환자 수는 6519명에서 8962명으로 37.5% 증가했다.

총 진료비는 혈액투석의 경우 2003년 2133억원에서 2015년 1조 1232억원으로 426.6% 증가한 반면, 복막투석은 같은 기간 동안 721억원에서 1547억 원으로 114.6% 증가했다.

연간 1인당 진료비는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대체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혈액투석은 1358-2410만원, 복막투석은 1105-1726만원이었다. 혈액투석 비용이 복막투석보다 매해 최소 206만원에서 최대 805만원 더 높은 것.

전체 환자대상 분석에서 복막투석군의 사망 위험이 혈액투석군에 비해 18%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망을 동반하지 않은 심뇌혈관 질환 위험은 두 군간 차이가 없었다.

또 투석치료를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 3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복막투석을 받는 환자의 건강 관련 삶의 질이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투석법에 대한 환자 설문조사에서는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의 절반 이상(52.3%)이 가정에서 스스로 투석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올해부터 당뇨병이 없는 65세 미만 환자에서 혈액투석 이용률의 6%가 복막투석으로 전환돼 전체 환자에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이용비율이 80:20으로 유지되는 경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향후 5년 간 건강보험 재정 약 520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됐다.

50%가 투석법을 전환해 전체 환자에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이용비율이 67:33으로 유지되는 경우엔 향후 5년 간 총 4334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류동열 이화여대 신장내과 교수(연구책임자)는 “임상현장에서 당뇨병이 없는 65세 미만 환자에게 두 투석법 간 임상적 효과의 차이가 없다면, 생활습관이나 선호도에 따라 복막투석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기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번 연구가 투석방법을 선택할 때 의료인과 환자에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고, 향후 더 많은 환자들이 가정에서 스스로 복막투석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ECA는 국민건강임상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말기 신부전 환자의 투석 방식에 따른 비용효과성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전향적 임상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는 2018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는 의학적 상태, 생활양식, 개인의 선호에 따라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중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의 환자들이 혈액투석을 선택하고 있어, 복막투석과의 이용률 격차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혈액투석이 복막투석에 비해 임상적인 효과가 우월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

해외에서는 복막투석의 초기 2-4년간의 치료성과 향상을 보고하고 있고, 2012년 코크란 연합에서는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두 투석법 간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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