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브란스병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는 장면. <사진=세브란스병원>

염증성 장질환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장염(Clostridium difficile)’을 건강한 사람의 대변속 미생물을 이용해 치료하는 방법이 우리나라에서도 선보였다.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첫 대변이식술 전문진료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진료에 나선 것. 의료진은 소화기내과와 감염내과 및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이 참여한다.

대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은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腸)속에 뿌려주는 치료법으로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선 널리 알려진 치료법이다.

우리나라에선 세브란스병원이 지난 해 그 간의 국내외 임상시험 성과를 가지고 신의료기술을 신청해 첫 승인을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수정 교수는 “현재 국내 허가사항엔 약물로 잘 조절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장염 환자에 한해 대변 이식술이 시행될 수 있다”면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은 우리 장에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서도 소량 기생할 수 있는 균으로, 급격히 증가할 경우 독소를 배출하여 장염을 야기시킨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설사와 발열, 점액변 또는 혈변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복통, 오심, 구토, 복부팽만감, 오한 등 다양한 불편감을 동반하는데 항생제 치료가 우선이지만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은 주로 다른 질환을 치료하고자 사용된 항생제 치료후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일반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특정 항생제로 치료해야 하며, 혹 초기 치료가 잘 되어도 환자의 35% 이상에서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반코마이신 등 강력한 항생제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항생제를 지속 사용할 경우 환자에게 고위험도의 항생제 내성을 키울 수 있어 치료 약물 사용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환자들이 반복적인 재발을 할 경우, 다양한 동반증상으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 되고, 거대결장, 장 천공, 쇼크 등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대안적 치료법이 연구되었으며, 그중 하나가 항생제 치료로 수가 감소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맞추어 증가해 있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균을 줄이자는 것.

그리고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치료법이 나왔고, 그 결과 90% 이상의 환자에서 치료 성공율을 보이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의학계는 보고하고 있다.

박 교수는 “환자 층이 항생제 치료가 꼭 필요한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한 환자나 다양한 감염성 질환으로 항생제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라 이를 중단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수술적 치료를 많이 받고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건강한 미생물을 얻는 것이 치료의 관건인 만큼 좋은 대변을 확보하는 것이 치료의 첫 시작이다. 우선 대변제공자에 대한 과거병력과 현재 건강상태, 가족력, 장내 병원균 및 기생충 감염여부 등을 세심히 살피어 환자에게 새로운 병을 전파하는 것을 철저히 예방한다. 또한 간염환자와 헬리코박터 보균자, 여러 감염성질환자, 비만이거나 당뇨환자 등은 처음부터 제외된다.

다양한 공여자 검사를 통하여 엄격한 여러 조건을 충족한 일반인으로부터 얻은 대변을 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별도의 특수처리를 통해 필요한 장내 미생물 용액으로 제조한 뒤, 위나 대장내시경 및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속에 뿌리게 된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까다로운 대변 제공자의 조건을 통과한 일반인의 대변을 모아두는 대변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치료 연구가 축적된다면 궤양성 대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들에게 대안적 치료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변이식술은 건강보험적용이 안 되는 신의료기술로 환자 본인부담금이 높아 치료접근도가 어려운 점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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