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태, 권준수 교수

같은 조현병 환자라도 ‘치료저항성’은 도파민 생성이 10% 이상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조현병 발병 기전에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불필요한 일차 항정신병약물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제1저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교신저자)팀은 치료저항성 조현병을 예측하는 생물학적 지표를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현병은 현대 의학의 발달로 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뇌’ 질환임이 밝혀져, 각각의 환자에게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맞춤 치료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조현병은 두뇌 속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우리 두뇌 속에는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신경전달 물질을 전달하는 시냅스라는 공간이 있는데, 시냅스에 분출되는 ‘도파민’이라고 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과잉이 환청이나 망각을 초래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정신병약물은 도파민의 균형을 조절해 조현병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조현병으로 진단 받은 환자 중 약 15~30%는 이러한 항정신병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로 분류된다. 그리고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를 위한 치료에는 클로자핀(clozapine) 치료제가 유일하게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를 예측하고 바로 구분하여 클로자핀 치료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차 항정신병약물로 치료한 후 이에 반응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에야 클로자핀 치료를 시도하도록 되어있기 때문.

결과적으로 치료저항성 환자는 클로자핀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수개월 내지 수년이 지체돼 질환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능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 따라서 치료저항성 조현병의 근본적인 신경생물학적 작용과 원리에 대한 연구 및 이를 바탕으로 치료저항성을 예측하는 생물학적 지표의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 연구는 조현병 환자 중 치료저항성 환자 12명, 일차 치료제에 잘 반응하는 환자 12명, 건강자원자 12명 등 총 세 개 그룹을 대상으로 DOPA PET 스캔(뇌 속의 시냅스 사이에 도파민을 생성하고 합성하는 정도를 측정)을 실시해 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종합하고 운동을 관장하는 뇌 선조체 영역에서의 도파민 생성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김의태 교수는 “시냅스에서 도파민이 생성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치료저항성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임을 입증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를 신속히 파악해 클로자핀 투약을 처방하면 불필요한 일차 항정신병약물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DOPA PET 스캔을 통해 항정신병약물에 치료 효과가 없는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를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되면 클로자핀 치료를 적용하는데 까지 걸렸던 시간을 단축시켜 환자의 예후를 보다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기존에는 환자의 증상에 대한 임상적 소견을 통해 조현병을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제시했지만, 앞으로는 환자 특성에 맞춘 개별화·최적화된 치료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조현병이 특정 원인에 의한 ‘뇌의 병’이라는 것을 밝히고 병인에 기반한 새로운 치료법을 계속적으로 개발하여 조현병 환자가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생활하는 데에 이바지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정신약리학(Neuropsychopharmacology)’ 최신호에 게재되었으며, 김의태 교수는 2017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수여하는 폴얀센 조현병 연구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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