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화 교수
약 8000년 전 신석기 시대 고대인 게놈분석을 통해, 현대 한국인의 조상과 이동 및 유전자 구성에 대한 정밀한 연구결과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UNIST(총장 정무영) 게놈연구소와 영국, 러시아, 독일 등 국제 연구팀은 두만강 위쪽 러시아 극동지방의 ‘악마문 동굴’에서 발견된 7700년 전 동아시아인 게놈(유전체)을 해독하고 슈퍼컴퓨터로 분석했다.

고고학자, 생물학자, 게놈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9000년부터 7000년 전까지 인간이 거주했던 악마문 동굴인 5명의 뼈를 확보하고, 거기서 추출된 DNA를 이용해 게놈 해독을 했다. 그중에서 7700년으로 연대 측정이 된, 품질 좋은 20대와 40대의 여성의 머리뼈에서 나온 게놈 정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처럼 갈색 눈과 삽 모양 앞니 유전자를 가진 수렵채취인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은 현대 동아시아인들의 전형적인 유전 특성인 우유 소화를 못하는 유전변이와 고혈압에 약한 유전자, 몸 냄새가 적은 유전자, 마른 귓밥 유전자 등을 가지고 있었다.

악마문 동굴인은 현재 인근에 사는 울지(Ulchi)족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근처 원주민을 제외하면 현대인 중에서는 한국인이 이들과 가까운 게놈을 가진 것으로 판명됐다. 또 이들의 미토콘드리아 게놈 종류도 한국인이 주로 가진 것과 같았다.

전성원 연구원은 “미토콘드리아 게놈 종류가 같다는 것은 모계가 똑같다는 것을 뜻한다”며 “두 인류의 오랜 시간 차이를 고려해도 매우 가까운 편으로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의 조상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악마문 동굴인과 현존하는 아시아의 수십 인족들의 게놈 변이를 비교해 현대 한국인의 민족 기원과 구성을 계산해냈다. 그 결과 악마문 동굴에 살았던 고대인들과 현대 베트남 및 대만에 고립된 원주민의 게놈을 융합할 경우 한국인이 가장 잘 표현됐다. 한국인의 뿌리는 수천 년간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융합하면서 구성됐음을 방대한 게놈변이 정보로 정확하게 증명한 것이다.

유전자 혼합도 계산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단일민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다른 인족보다 내부 동일성이 매우 높았다.

박종화 교수(게놈연구소 소장)는 “중국(한족)과 일본, 한국을 아우르는 거대한 인구집단이 이처럼 동질성이 큰 것은 농업기술 등을 통한 문명 발달로 급격하게 팽창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의 유전적 뿌리를 밝힌 것은 물론, 향후 한국에서 고대게놈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1일자(미국 현지시간)에 발표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