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면아래에 들어가 있었던 포괄수가제문제가 또다시 의료계를 강타할 전망이다.

정부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오는 2007년부터 동일 질병군에 대해 동일한 진료비를 적용하는 포괄수가제(DRG)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기획예산처가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 방식의 포괄수가제 전환과 약제비 지출 대폭 감소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오는 2007년부터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지난 4일 보건복지부에 통보하면서 비롯됐다.

특히 포괄수가제는 의료계가 진료의 질 저하와 함께 수입 등을 우려, 극력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제도변경 과정에서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또 현재 건보 재정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국고지원 규모도 대폭 줄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예산지원 조건으로 보건복지부에 포괄수가제(DRG) 전면 도입과 약가 결정체계 개편 등을 요구한 것은 현행 보건의료체계의 기본 틀을 바꿀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로서 기획예산처는 이들 문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시각에서 이번에 보건복지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산처 하성 복지재정과장은 "고령화 등으로 국민의료비가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포괄수가제 위주로 개편하고, 건보 의료비 지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약제비의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은 깨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며 사실상 제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한 지원하기 어렵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변양균 기획예산처장관도 “지금까지는 건강보험지역가입자 보험급여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률적으로 국고에서 지원했으나, 앞으로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개인별 보험료를 차등 지원하는 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라며 국고 지원액을 대폭 줄여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현재 건강보험재정특별법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조제료와 수가인상으로 건보재정이 파탄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2002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건강보험재정특별법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 법에 따라 농어민·저소득층이 상당수 포함된 지역건강보험 급여비의 50%를 국고에서 지원하게 됐으며 지난해 건보 재정수입 18조5722억원 중 3조4830억원 등 매년 건보재정의 20% 가량이 국고에서 지원되고 있다.

예산처는 내년 3월 임시 국회에 제출될 이 법의 대체법령과 관련, 국고지원 규모와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요구사안 중 복지부는 현재 의료계와의 협상에 거의 진전이 없을 만큼 민감한 포괄수가제의 전면 도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의료계가 이 문제와 관련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포괄수가제는 분만과 맹장수술 등 극히 일부분에 한해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이나마도 복지부는 이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등 의료계를 무마하고 있는 정책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 문제가 얼마나 첨예한 사안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복지부는 지난 7년 간의 시범실시를 거쳐 2003년 10월부터 8개 질병군에 대해 DRG를 강제 실시하려 했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원하는 의료기관만 채택하도록 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번에 예산책정을 쥐고 있는 예산처가 예산배정을 미끼로 DRG 도입을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DRG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고 이럴 경우 의료계는 수가인상 등 대안 마련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도입과정에서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과도한 약가 거품을 빼는 것도 약계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복지부로서도 쉽지 않을 전만이다. 현재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중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말 현재 28.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OECD 국가들의 약품비 비중인 10∼15%와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로, 의사들의 고가약 선호와 약가 결정과정의 불투명성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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