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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냐’와 ‘엘니뇨’
서울 성북구 이정균내과의원 이정균
2016년 09월 09일 (금) 10:55:29 김은희 기자 news@medworld.co.kr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 아이’를 뜻하지만 기상학적으로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에 나타나는 이상 저온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4도 이상 낮은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라니냐’로 본다. ‘라니냐’가 강해지면 동남아시아와 호주엔 긴 장마가, 북미와 남미에는 가뭄이 발생한다.

국제기후연구소(IRI)는 5월 초순 “올 하반기에 라니냐가 발생할 확률이 65%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놓았었다. 인도네시아 재난청은 “라니냐로 인한 폭우가 홍수의 주요인”이라고 하였다.

지난 6월 건기(乾期)에 인도네시아엔 때 아닌 폭우, 중국 중남부 내륙지방의 기록적 폭우로 이재민 768만 명 발생하였다. 태평양 맞은편 미국 중서부 지역엔 거꾸로 폭염, 건조 현상으로 산불 비상사태 속에 낮에는 폭염, 밤에는 강풍, 6개주로 삽시간에 번졌다.

기상전문가들은 이런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라니냐(Lanina)’를 꼽고 있다. 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엘니뇨(Elnino)’가 지난달로 종료되면서 곧바로 라니냐가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자아이’를 의미하는 ‘엘니뇨’는 정 반대다. 엘니뇨 때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미ㆍ남미 지역엔 홍수가, 동남아 지역은 한발현상이 관측된다. 라니냐와 엘니뇨의 발생원인, 주기 등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1950년 이후 관측된 엘니뇨는 모두 20차례다. 이중 엘니뇨가 끝나면서 곧바로 라니냐로 ‘바통터치’한 것은 10차례 정도라 한다. 올해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엘니뇨가 끝난 뒤에 그 정반대인 라니냐가 일어나면 큰 에너지 이동이 발생한다.”
“가뭄으로 시름하던 땅에 갑자기 홍수가 발생하는 식으로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

라니냐로 인한 기상 변화는 식량파동을 불러온다.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들이 라니냐의 직접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식량파동은 옥수수, 콩, 커피, 오렌지 등의 국제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

매년 여름철에는 우리나라 남서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라오고 북동쪽에서는 차고 습한 오호츠크 해 고기압이 내려온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 덩어리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장마전선이 형성된다.

작년과 재작년 장마철에 엘니뇨의 영향 등으로 비가 적게 내린 ‘마른장마’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는 엘니뇨가 사라지면서 장마다운 장마가 될 것으로 기상청이 예보를 보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서태평양 온수가 동태평양까지 퍼진다. 이 때문에 서태평양과 가까운 곳에서 발달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은 이전보다 바다로부터 많은 열을 전달받지 못한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장마전선을 쉽게 밀어 올리지 못한다.

엘니뇨가 물러가면 적도지방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반대현상인 ‘라니냐’가 나타난다. 라니냐는 태풍이 자주 발생하지 않게 하고, 발생장소도 서북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 올 여름 영향을 줄 태풍이 한개(과거 평균 2.2개)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한여름 뙤약볕, 가마솥더위,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열돔(Heat dome)현상’ 때문이다. 대기권 중상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서서히 움직이면서 열을 가둬 마치 뜨거운 돔(반구형 지붕) 아래 대지를 가둬 놓은 듯한 이상 고온 현상이다.

미국 26개 주에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최고 온도가 섭씨 46.1도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 저장성, 푸젠성 등 동남 해안지역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기상관측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5월 평균기온은 18.6도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6월 평균기온도 22.3도로 역대 3위다. 7월 들어 20일 까지 평균기온 역시 24.3도로 평년(23.8도)보다 높았다. 온난화, 슈퍼엘니뇨에다 태평양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고기압에 편승하여 한반도에 상륙하여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집중호우의 예보와는 달리, 달궈진 대지를 식혀줄 장마소식도 가물었다.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바통 터치, 지구촌은 폭염ㆍ폭우에 울고 있다. 폭염은 전 지구적 현상이라 한다. 중동 나라들은 섭씨 50도를 넘는다고 하니 쩔쩔 끓는거나 다름없다. 중국 상하이도 40도를 넘었고, 미국도 비슷하다.

세계 폭염이 온난화 탓인지 어떤지는 딱 잘라 얘기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6개월 연속 세계 월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갱신했다고 하니 온난화라는 구조적 원인 탓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치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묶는 것이 세계적으로 합의한 목표다. 세계 기온이 평균 2.5도 상승할 경우 북미, 유럽, 동아시아 선진국들 기온은 3.0~3.5도 오를 거라고 내다보았다. 여름이 두 달 길어진다는 얘기다.

사람은 어지간한 기후에는 적응해 산다. 영하 40도엔 북극지방에서 영상 40도의 중동사막에서도 도시를 이루고 살아간다. 두바이 같은 사막 모래밭 골프장에서도 골퍼들은 모자 속에 양배추 잎을 집어넣고 라운딩 한다.

2012년 7월 26일 경북 영주의 낮 최고 기온이 38.7도의 불볕더위를 비롯하여 경북 포항 36.4도, 대구 36.2도로 수운주가 최고치에 이르렀다. 그래서 전국 주요도시의 낮 기온은 평년(1981~2010) 30년보다 섭씨 3~6도 안팎 상승했었다.

2012년 여름엔 짧은 장마가 끝나면서 더위장군이 맛보라는 듯 총공격을 해왔다. 그해 봄 북미 상공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큰 열공기 덩어리가 발견되었다. 그래서 열 폭탄이란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다. 2003년 유럽 폭염 때는 7만 명이 희생되었다.

바캉스를 떠나지 못했던 노인들이 사망률을 끌어올렸다. 폭염은 육체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끌어올리고 사회불안, 강력범죄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2011년 이라크 폭염시엔 도시 대기가 최고 섭씨 51도였고, 끓어올랐다는 표현을 했다. 라마단 기간, 굶주림에 땅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아스팔트가 녹아내렸다. 전쟁 중 흉흉한 소문은 불안을 부채질했다. 우리나라 1994년 폭염 때, 그 해 여름 책이 많이 팔렸다는 보고를 보았다.

카뮈의 <이방인>에서 뫼르소는 ‘여름태양이 눈부셔 방아쇠를 당긴다. 하늘은 있는 대로 활짝 열려 불줄기를 퍼부었다. 내온 존재가 긴장됐고 권총을 힘차게 움켜쥐었다. 나는 네발을 쏘았다.’ <삼대> <이방인>은 여름이 그 독파 계절로 써 놓은 신문도 있었다. 우리의 현실에선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렸었다.

이란 동부 루트사막은 2005년엔 섭씨 70.7도를 기록한 적이 있다. 너무 뜨거워 박테리아가 생존불능, 병 속의 생우유는 상하지 않았다. 이 호수는 소금물 호수였는데 말라붙어 생긴 루트사막에 있고,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영화배우 톰크루즈의 ‘미션임파서블2’에서 맨손으로 암벽등반을 하는 장면을 촬영한 ‘죽음의 밸리(Dead valley)'는 수은주 50도를 넘는 일이 흔하다.

기상전문가들은 1994년 여름 더위를 악명 높다고 부른다. 2개월간 서울의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긴 날이 46일, 35도를 넘긴 날이 15일이었고, 역대최고 7월 24일 밤 서울기온이 38.4도 였을 때 서울 시민 25만명이 한강변 시민공원에서 더위를 피했다.

여름 90일간 4대도시 사망자 1만 7655명 중 1083명은 더위 탓에 숨진 것으로 기록되었다.

그 옛날 소설가 염상섭은 ‘종일 달궈진 마당에서 더운 김이 훅훅 오른다. 외양간 집 위로 쫙 퍼진 박 덩굴은 잎사귀 하나 까딱 않고 불볕만 내리 쪼였다.’라고 폭염을 그렸다.

김성탄의 ‘쾌설’에서는 ‘여름 7월이었다. 붉은 해는 중천에 떠있고 바람도 없고 구름한점 없었다. 앞뜰, 뒤뜰 할 것 없이 시뻘건 화로가 달아 있었고, 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 전신으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밥상을 앞에 두고서도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대자리를 가져오게 하여 맨 땅 위에 누우려 하였지만 땅 조차 고약처럼 끈적끈적하였다. 쉬파리란 놈은 달려들어 목에도 붙고 코에도 붙어 쫓아도 도망가지 않았다. 정말이지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캄캄해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다. 콸콸 넘치는 소리는 마치 수백만의 나팔과 북이 일제히 둥둥 울리는 것 같았다. 처마의 낙숫물도 흡사 폭포와 같이 쏟아졌다. 전신에 흐르던 땀은 금세 사라지고 달아올랐던 대지도 씻은 듯 시원해졌다. 쉬파리도 간데없었다.

밥도 다시 먹을 수 있었다.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누가 어정7월, 건들8월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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