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진통제가 간경화 환자에게 빈번하게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경화 환자에게 간 독성이 있는 약을 제공하는 것은 간에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엔 간경화 환자에 대한 진통제 처방 가이드라인이 없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이 양산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조몽 교수팀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등재된 간경화 환자 12만5505명(2012년 기준)의 약 처방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전체 간경화 환자 중 2012년 1년간 1회 이상 진통제를 처방 받아 복용한 환자는 5만798명(40.5%)에 달했다. 간경화 환자 10명 중 4명에게 간 독성이 있는 약이 투여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에게 처방된 진통제는 록소프로펜·덱시프로펜·아세클로페낙(성분명)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대표적인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제품명 타이레놀)이었다. 두 종류의 진통제 가운데 아세트아미노펜을 처방 받은 간경화 환자가 더 많았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고용량을 복용하면 간독성을 보이는 약이다. 

조 교수팀은 “간경화를 갖고 있으면서 음주를 지속하고 있는 환자라면 아세트아미노펜은 하루 최대 2∼3g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도 간경화 환자에게 위·장관 출혈·간 손상·급성 신장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모두 간경화 환자라면 신중히 처방하고 복용해야 하는 약이란 것이다.

간경화는 합병증이 없고 임상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대상성 간경화와 각종 합병증을 동반하는 비(非)대상성 간경화로 분류된다. 

조 교수팀은 “진통제 처방을 받은 전체 간경화 환자(5만798명) 중 2.2%(1111명)는 비대상성 간경화 환자였다”며 “진통제는 대상성은 물론 비대상성 간경화 환자에게도 빈번하게 처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내과 전문의는 아세트아미노펜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비슷한 비율로 처방했다. 다른 진료과목 의사는 두 진통제 중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처방률(76.2%)이 훨씬 높았다. 내과 전문의 가운데 특히 위장병학 전문의는 두 진통제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선호했다(처방률 80.9%).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은 "다른 진료과목 의사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처방률이 높은 것은 간경화 환자에게 미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부작용에 대한 주의·정보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간경화 환자에 진통제 처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간경화 환자에 대한 아세트아미노펜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처방 행태)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영문 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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